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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깨진 껍질' SUN 키즈, 비상은 너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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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깨진 껍질' SUN 키즈, 비상은 너희 몫이다

    '다음엔 도쿄돔 깬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에 참가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비록 초대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와일드카드 없이 일본과 개막전 접전을 펼치고 대만을 꺾는 등 선전을 펼쳤고, 경험이라는 귀중한 소득을 얻었다.(사진=KBO)

     

    금의환향은 아니었다.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귀국길이었다. 하지만 이뤘다는 도취감에 젖어 도태해버리는 것보다는 낫다. 훗날 큰 성장을 위해 화끈하게 깨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제 1기 선동열 호가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을 마치고 돌아왔다. 결전지였던 일본 도쿄를 떠나 2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선동열 감독 이하 주장 구자욱을 비롯한 25명 선수들이다.

    APBC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3개 프로야구 리그에서 24살 또는 경력 3년 이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룬 대회다. 한국은 개막전에서 일본에 연장 끝에 7-8로 역전패했으나 대만을 1-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한껏 자신감이 오른 선수들은 설욕을 다짐했으나 개최국 일본에 0-7 패배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다만 한국은 유일하게 나이, 경력과 관계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WC) 3장을 쓰지 않았다. 일본이 개막전 2점 홈런의 주인공 야마카와 호타카(26·세이부)를 비롯해 3명을 뽑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패기만큼은 우승팀'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대만을 꺾은 뒤 도쿄돔에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사진=KBO)

     

    애초 대회를 치르는 목적이 달랐다. 한국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무대인 도쿄돔과 국제대회 경험을 위해 선수들을 선발했다. 선 감독은 "WC를 뽑지 않고 최대한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우승이 목표라 한 수 위의 전력에도 WC 3명을 뽑았다. 둘 모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무엇보다 KBO 리그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물 안에서' 빠져 나왔다. 자국 리그의 좁은 테두리 속에서 나름 한가락 한다는 선수들이었지만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귀국한 선수들은 저마다 자기 반성을 내놓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절치부심 다음에 이뤄질 재대결에 대한 설욕을 맹세했고, 그러기 위한 단련도 다짐했다.

    막내 이정후(넥센)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더 발전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일본과 개막전 2타점 2루타, 대만전 결승 1타점 3루타로 맹활약했다. 대만전 이후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예선에서 봐준 것들을 무찌르겠다"고 사자후를 토하기도 했다.

    '일본 열도에 각인시킨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APBC 일본과 개막전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뒤 동료들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사진=KBO)

     

    하지만 패기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들의 공 스피드는 한국에서와 비슷했다"면서 "그런데 공 끝이 좋아서 타격이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파워를 늘려야겠다"면서 "다음 경기 때는 잘하고 싶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4번 타자 김하성(넥센)도 "팀이 패했고 나도 결정적일 때 일본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면서 "일본 투수들의 공이 너무 좋았고 실력으로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일본과 개막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김하성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그땐 꼭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KBO 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렸다. 때문에 타율 3할 타자들이 넘쳐났다.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47명 중 무려 33명이 타율 3할 이상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은 실제로 그 정도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거품이 낀 게 사실로 드러났다. 같은 맥락으로 투수들은 더욱 제구력 등 정교함의 차이를 절감했을 터.

    APBC를 통해 완전히 껍질이 깨진 KBO 리그의 영건들. 안에서 깨지는 못한, 타의에 의한 각성이지만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 극복하고 성장하느냐는 자신에 달렸다. 우승컵 대신 엄청난 동기 부여를 안고 돌아온 선동열 키즈들의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어쩌면 선 감독이 노린 'WC 배제'의 진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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