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직 이후 한직 근무·· '책상빼기'로 느껴
- 팀장 자격평가 탈락? 응시기회 뺏겼고
- 평가 객관성 의문 "업무능력 충분한데"
- 3년만에 소송·· 감정노동 개선에 도움되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
그동안 우리 기억 한 편으로 잊혀졌던 이름이 있죠. 박창진 사무장.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런데 어제 인터넷상에서는 박창진 사무장의 이름이 오후 내내 눈에 띄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박 사무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겁니다. 아니, 이미 회사에 복직해서 근무 중인 걸로 아는데 왜 이 시점에 다시 소송일까요? 직접 만나보죠. 박창진 사무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사무장님, 안녕하세요.
◆ 박창진> 안녕하세요, 앵커님.
◇ 김현정> 저희 마지막 출연하셨던 게 올 4월이었잖아요.
◆ 박창진>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때는 휴직을 하고 복직을 한 상태로 출연을 하셨던 건데 그동안 잘 못 지내신 거예요?
◆ 박창진> 어떤 면에서 그런 면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죠.
◇ 김현정> 어제 기자회견을 하고 소송 계획을 밝히셨는데 혹시 어떤 내용입니까?
◆ 박창진> 가해 당사자가 피해자의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든지 혹은 반성의 의미가 있다고 하면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런 게 없는 이상 강제력에 의해서 그걸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거고요.
◇ 김현정> 그래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소송 대상이 된 거군요.
◆ 박창진> 그렇죠. 그분에 대해서는 나도 피해를 봤기 때문에 피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다.
◇ 김현정> 그렇죠. 하나가 조현아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한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 또 한 가지는 뭡니까?
◆ 박창진> 또 한 가지는 저희가 노동 현장에 와서 겪고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 정당한가 부당한가에 대해서 법을 통해서 공정하게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업무에 복귀한 후에 어떤 불이익들을 받으셨던 거예요? 지금 보니까 ‘부당징계 무효확인 청구소송’이던데요?
◆ 박창진> 실제적으로 저는 대한항공에 입사해서 팀장이라는 위치로 진급을 하고 그것에 대해서 업무를 했는데요.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러니까 비행기를 탄 승무원들 중에서도 라인 팀장하고 일반 승무원하고 이렇게 나뉘는 거죠?
◆ 박창진> 그렇게 분류할 수 있겠죠. 그러는 과정이었는데 제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모든 자격 갱신이 요구됐고요. 영어방송이 제가 통과가 안 됐는데 그걸 이유로 해서 저는 팀장 자격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일반 승무원으로 일하게 됐는데요. 그건 또 다른 말로 얘기를 하자면 본인 책상 빼기가 아니냐.
◇ 김현정> 책상 빼기 아니냐? 그러니까 한직을 주고서 당신이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고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암묵적인 징계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 박창진> 그렇죠. 그런 배경으로 느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직급상은 사무직이라는 직급이 유지가 되고 있지만 실제 업무로는 그냥 일반 승무원. 일반 승무원 역할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 박창진> 그렇죠, 이코노미에서 갓 입사한 승무원들이 하는 일을 대부분 하고 있는데요.
◇ 김현정>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이러더라고요. “라인 팀장으로 근무하려면 영어로 기내 방송하는 ‘방송A자격’이라는 걸 회사 시험을 통해 취득해야 되는데, 여기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탈락을 했다. 그래서 팀장 자격을 못 주는 거지 이게 징계 차원, 안 주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말을 하던데요?
◆ 박창진>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회사가 제시하는 얘기는 2014년 3월부터 시작된 대한항공 내 자격 재검증 때부터 제가 영어방송문을 읽고 테스트를 받는 것이 100점 만점에 90점을 통과해야 되는데 90점을 통과 못했다라는 얘기였는데요.
◇ 김현정>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면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이 시험을 박창진 사무장은 통과하지 못했었다. 땅콩회항 사건 때문에 일부러 떨어뜨린 게 아니다’ 회사 측에서는 이런 해명을 내놨더라고요.
◆ 박창진> 그래서 그게 2014년 초부터 해서 2015년 2월달까지 일단 본 자격을 유지를 하되 강화된 자격요건 하에 다시 시험을 쳐서 갱신을 해라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 기간 내에 두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그 시험을 치고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걸 차곡차곡 보던 중에.
◆ 박창진> 이 사건이 난 거죠.
◇ 김현정> ‘땅콩회항 사건’이 터진 거군요. 빨리 통과됐으면 좋긴 했는데 그게 안 된 상황에서 사건이 터진 거예요.
◆ 박창진> 그래서 제가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이게 모두 다 적용할 수 있는 거냐.
◇ 김현정> 그래요. 그래서 몇 번의 기회를 잃은 채 어쨌든 한참 휴직을 하시고 다시 복직을 하셨어요. 그러면 박 사무장님, 그냥 이번에 시험 봤을 때 시원하게 붙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 떨어지신 거예요?
◆ 박창진> 네, 제가 다른 영어시험이랑 자격시험은 객관화된 지수가 있고 토익 같은 경우에는 외부기관의 검증을 받기 때문에 실력이 그대로 반영이 됐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시험에 위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 있지 않았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인데요.
◇ 김현정> 회사가 내는 시험이니까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할 것 같은데요?
◆ 박창진> 첫 번째 기존에 저는 팀장으로 있었고 승무원들은 팀장이 하는 방송과 일반 승무원이 하는 방송으로 나눠서 방송 테스트를 받게 돼 있는데 제가 여지껏 해 온 적이 없는 일반 승무원 방송문을 가지고 테스트를 보게 하면서 일단 조건이 달라진 거죠.
◇ 김현정> 시험 조건이 달라졌어요?
◆ 박창진> 그 이전에는 원어민이 공인된 기관을 통해서 영어 테스트가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내국인인 승무원 출신의 직원들이 그 평가의 결과를 준다는 것도 공정하지 못함이 있다 봅니다.
◇ 김현정> 혹시 그 과정에서, 시험 치는 과정에서 내가 박창진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불이익을 주고 있구나라는 그런 느낌도 받으신 거예요?
◆ 박창진> 솔직히 지금 여태까지 제가 방송 문제로 이렇게까지 해 본 적이 없고. 제 한국어 점수가 90점이 통과점수인데 86점이라는 거죠. 영어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겠지만 이런 걸 보면 문제가 어떤 힘의 영향력 아래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는 거죠.
◇ 김현정> 저희가 회사 측에도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거부하면서 오목조목 반론 입장 해명자료를 줬는데요. 어쨌든 박창진 사무장님은 ‘한국어 시험도 떨어졌다, 이 부분은 특히나 더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 박창진> 네.
◇ 김현정> 땅콩회항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 만나고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게 2014년 겨울이었잖아요, 사무장님.
◆ 박창진> 네.
◇ 김현정> 벌써 3년. ‘이제는 나 좀 그만 싸우고 싶다, 다시 복직했으니까 그냥 모든 것 내려놓고 조용하게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도 하셨을 법도 한데요.
◆ 박창진>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작게는 저희 승무원들 또 감정노동자들이 특히나 이런 상황들에 많이 노출되어 있거든요. ‘No'라고 할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그걸 우리나라에서 많이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런 걸 계기로 해서 고용주도 노동자를 내 소모품이나 노예처럼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 같고 그게 또 하나의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대인기피증 같은 것들로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이제는 좀 괜찮아지셨어요?
◆ 박창진> 좋은 소식일 수도 있는데 공황장애는 많이 극복된 것 같아요. 제가 작년, 재작년 두 번 관람을 하러 갔었는데 그때는 공황장애가 너무 심해서 과호흡하고 이래서 죽을 것 같아서 그 공연을 보지를 못하고 나왔었는데요. 지난달에 어떤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제가 그거를 끝까지 보게 됐어요.
◇ 김현정> 3년 만이에요, 그러면?
◆ 박창진> 그렇죠. (웃음)
◇ 김현정> 3넌 만에 공연 보셨어요? (웃음)
◆ 박창진> 네. 정말 기쁘기도 했고 이렇게 서서히 나아갈 수 있구나라는 희망도 가지고 있고요.
◇ 김현정> 그래도 좋은 소식 딱 하나 얻어서 좋네요. 다음에는 부디 좋은 소식만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 박창진> 더 좋은 소식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박창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하루종일 화제가 됐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져서 다시 소송전에 들어가는 건지,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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