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릴레이', 30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후디가 지목한 식케이입니다. <편집자 주="">편집자>
(사진=하이어뮤직 제공)
'허슬러(hustler)'. 힙합씬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쉼 없이 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끼와 박재범을 대표적인 허슬러로 꼽을 수 있다.
힙합릴레이 30번째 주인공으로 만난 식케이(Sik-K·본명 권민식)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허슬러다. 식케이는 2015년 방송된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4에서 '그릴즈(Grillz)'라는 치아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릴즈보다 더 눈길을 끈 건 그 이후 행보다. 식케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업물을 끊임없이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날이 갈수록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줬다는 점에서 더욱 더.
박재범과 프로듀서 차차말론이 설립한 힙합 레이블인 '하이어뮤직' 소속으로 음악 활동을 펼치며 힙합씬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식케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만드는 일이 즐거워요. 멈춰있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앞으로 꾸준히 트렌디하고 신선한 음악을 들려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래퍼 식케이라고합니다. 힙합 릴레이 인터뷰 30번째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미소)."
-후디 씨의 지목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셨어요. (관련기사 : 'AOMG 홍일점' 후디 "'대체불가' 아티스트 되고 싶어요")
"후디 누나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완전 친한 수준은 아니고 장난 정도는 칠 수 있는 사이랄까. 이번 지목을 계기로 더 친하게 지내려고 해요. 하하. 같이 음악 작업도 해봤으면 좋겠고요."
-활동명 식케이는 본명에서 따왔죠?
"본명이 권민식인데 영문 이름 MIN SIK KWON의 가운데 부분인 SIK-K를 따왔어요. 뭔가 유치해질 것 같아서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고요."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했었다고 들었어요.
"캐나다 벤쿠버에서 유학 생활을 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쯤 가서 고등학교 3학년이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왔죠. 원래는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려 했는데 부모님의 설득으로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까지 진학했고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주변 친구들의 영향이 커요. 벤쿠버에 음악 장비를 파는 스토어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고요. 한국은 장비를 사려면 낙원상가까지 가야하잖아요. 벤쿠버는 다운타운에 가면 스토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음악 만드는 건 가수들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장비를 구입한 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죠. 어렸을 때는 대중가요를 좋아했어요. 빅뱅, 원타임 등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했죠. 릴웨인 앨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고요."
-작사, 작곡은 독학으로 공부했나요.
"레슨 같은 건 따로 안 받았어요. 벤쿠버에서 유학생활을 할 당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게 가요를 랩으로 바꾸는 일이었거든요.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님이 만든 인스트루멘탈에 랩을 얹어보기도 하고, 그런 방식으로 음악 작업하는 법을 익혀나갔어요. 아마 제 나이 또래들은 대부분 그랬을 거요. 창모도 그랬을 거고요."
-랩과 보컬 모두 소화가 가능한 뮤지션이죠.
"사실 랩보다 싱잉을 더 좋아해요. 랩은 2013년에 발표한 믹스테입을 통해 다 보여준 것 같아요. 최근 들어서는 저 스스로를 '래퍼'라고 하기 싫어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업물이 많은데 사람들이 제 앨범을 '힙합 앨범'이라고 하지 않아도 좋고요. 도끼, 더콰이엇은 힙합이고, 태양, 지드래곤은 힙합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장르를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 같아요. 구분 짓고 싶은 사람은 짓고, 저 같이 아닌 사람은 신경 안 쓰면 된다는 생각이고요."
-스스로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재범이 형도 얘기하는 것이지만 라이브 퍼포먼스죠. 그런데 내년 2월쯤에 예정되어있는 미국 투어를 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 같아요. 시스템이나 테크니컬 적인 부분들이 한국보다는 열려있고 앞서 있는 곳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제 것으로 가져와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작업량이 많기로 유명해요. 팬들은 '회사에서 작업실에 감금해놓은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하고요.
"하하. 음, 저는 스트레스가 원동력이에요. 손에서 작업을 놓고 있을 수가 없다고 할까.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멈춰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EP 단위의 결과물이 만들어져 있고요. 일단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계속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레이블 수장인 박재범 씨에게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나요.
"재범이 형에게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죠. 형처럼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힘들더라도 덜 가진 사람에게 베푸는 걸 실천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친구들한테도 열심히 안 할 거면 같이 음악 못하겠다고 얘기해요. 요즘 제가 애늙은이 같기도 된 것 같기도 해요. (미소)."
-음악 작업을 안 할 땐 주로 뭘하나요.
"제가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나마 여행을 좋아해서 6개월에 한 번씩은 가요. 그것도 취미라고 하긴 부끄러운 수준이죠."
-하이어뮤직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일단 재범이 형과는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연을 맺었어요. 그 이후 같이 곡 작업을 자주 하면서 인연이 깊어졌고요. 음악을 들려줄 때마다 형이 '점점 더 잘해지는 것 같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조언도 해줬고요. 리스펙 하는 사람인 형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죠. 형도 저의 성장이나 '허슬'이 마음에 드셨던 것 같고요."
-'트렌디한 음악을 잘 만든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레퍼런스가 과도하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어요.
"작년에 '플립(FLIP)'이라는 앨범을 낼 때 까지만 해도 '반응이 어떨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차라리 어머니 아버지가 '욕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았냐'고 하시는 게 더 신경 쓰겨요. (웃음). 아, 그리고 예전에는 '카피캣'이라면서 뭐라고 하다가 '보이 콜드(BOY COLD)' 앨범을 낸 이후에는 음악으로 지적할 게 없어서인지 제 얼굴을 지적하더라고요. 나를 진짜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내가 싫은 건가 보다 싶었죠."
-'쇼미더머니4'를 통해 얼굴을 알렸죠. '쇼미'를 여전히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존재하는데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전 '쇼미'에 나갔고 엄청난 수혜를 얻었어요. '리스펙트(RESPECT)'란 노래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많은 돈을 벌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음악을 잘 하고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엔 누가 '쇼미'에 나간다고 하면 나가라고 해요. 한 장면으로만 판단 당할 수도 있고 이상한 별명이 생길수도 있다는 얘기도 물론 해주지만요. '쇼미' 구리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시즌2 때 떨어졌지만 '쇼미' 탓을 하지 않았어요. 대신 저 스스로를 탓했으면 탓했지."
-가장 최근에 발매한 EP인 '보이콜드'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요.
"전곡을 보이콜드라는 프로듀서가 만들었어요. 저와는 그루비룸과 함께 예전부터 알던 사이에요. 보이콜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앨범명을 아예 보이콜드라고 정했어요. 이번 년도에 꼭 내고 싶었던 앨범이에요. 너무 잘하는 친구인데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요.
"작업은 보이콜드에게 전적으로 맡겼어요. 사운드적이나 프로듀싱적인 면에 있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들려주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겠다'고 했죠. 최대한 시너지를 내려고 했어요. 트렌디하고 신선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고요. '보이콜드', 말 그대로 차가운 소년이잖아요. 차분하고 듣기 편한 음악이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그런 방향으로 작업했고요."
-식케이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 궁금해요.
"저는 그냥 트렌디한 음악을 하려고 해요. 요즘은 튠 기반 사운드의 트렌디한 힙합을 듣고 '식케이가 떠오른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기분이 좋아요."
-트렌디함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약간 진부한 얘기인데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보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하면 얻는 것들이 있잖아요. 옷 같은 것도 되게 관심 있게 보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렌디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전 음식도 굉장히 중요시 하는데요 스무 살 때 돈이 없어도 절대 편의점 음식은 안 먹었어요. 그런 점도 뭔가 바이브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부분인 것 같아요.(웃음)."
-최근 콜라보레이션 제의도 많이 받고 있죠.
"콜라보 작업을 좋아해요. 함께 하는 사람의 인지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대신 열심히 하는 뮤지션인가 아닌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최근 같이 작업한 정세운이라는 친구도 원래는 전혀 몰랐어요.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자 중에서는 친분이 있는 백호(뉴이스트 동호)라는 친구밖에 몰랐거든요. 근데 같이 (정세운과) 작업해보니 착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게 느껴졌어요. SM '스테이션'을 통해 함께한 EDM 프로듀서인 임레이라는 친구도 저보다 어리더라고요. 예전부터 EDM 트랩에 랩을 시도했는데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준 비트가 좋아서 만족스러운 작업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이 드나요.
"피처링 제안을 많이 받고 있기는 해요. (미소).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제작이거든요. 그래서 요즘 작사 의뢰를 받고 제가 디렉을 봐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다른 아티스트의 디렉을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자주 교류하는 뮤지션이 있나요.
"옐로우즈맙 크루, 하이어뮤직 소속 뮤지션들, 그리고 크러쉬 형 정도요. 크러쉬 형은 저보다 두 살 더 많은데 일단 제일 열려있는, '꼰대'가 아닌 사람이에요. 배울 게 너무 많은 사람이죠. 그 이외에는 별로 없어요. 제가 사람을 잘 안 만나요. 아직까지는 저를 위해서 시간을 쏟는 게 더 좋거든요."
-롤모델이 궁금해요.
"제 삶의 롤모델은 아버지에요. 좋은 부모님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어요. 아버지처럼만 산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 보면, 국내에서는 일단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네 명 있어요. 박재범, 더콰이엇, 빈지노, 크러쉬. 다들 '온리 원'이잖아요. '대체불가'한.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다음 앨범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
"12월에 믹스테입을 내려고 계획을 잡았어요. 지금 트랙은 다 되어있고요. 회사 사정으로 인해서 발매 시기가 조금 밀릴 수도 있지만."
-신보에 대한 힌트를 주자면.
"저에게 욕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욕을 할 수도 있는 앨범이랄까요. 하하. 욕을 하려는 사람들이 '쟤 이번엔 이거 따라했다'고 할 수도 있는. 그런데 일단 내봐야 알 것 같아요. 약간 궁금하긴 하네요 이번 믹스테입은."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나요.
"나중에 제가 어느 정도 위치가 좀 더 생기면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 싶고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요즘 잘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아서. (웃음)."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픈 자신의 곡을 3곡만 꼽아주세요.
"최근 발표한 노래 중에서는 재범이 형과 함께한 '투 매니(Too Many)'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차분한데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죠.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인 '내일 모레', 크러쉬 형과 함께한 '파티(Party)'요. 이 세 곡을 들어보면 식케이라는 아티스트의 색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에게 힙합 혹은 음악이란.
"음, 직업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좀 더 신중해야 될 필요가 있어진. 후회할 짓을 만들지 않고 싶아요."
-인터뷰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없어요. 하하."
-그럼 팬들에게 한마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음악 열심히 만들게요. 내년에는 콘서트도 할 테니까 관심 가져주세요."
-다음 인터뷰 주인공을 지목해주세요.
"우디고차일드를 지목하려고 해요. 곧 곡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곡이 너무 프레시해요. 같은 하이어뮤직 소속인데 제 앨범 발매 시기를 미루고 싶을 정도로 노래가 좋아요. 인터뷰를 통해 신곡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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