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느님, 인간계로 오다'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내년 연봉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사진=황진환 기자)
프로야구 두산이 대거 선수단 정리에 나섰다.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 투수 마이클 보우덴과 결별을 선언한 데 이어 좌완 진야곱까지 방출했다.
다년간 에이스로 활약해온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도 일단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협상을 이어간다고는 하지만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잔류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갑과 을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두산은 26일 전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보류 선수 제외 명단을 최종 발표했다. 은퇴를 선언한 정재훈을 비롯해 김성배, 니퍼트, 보우덴, 고원준, 안규영, 이용호, 조승수, 진야곱, 홍영현, 이정호 등 투수 11명과 포수 정인석, 내야수 에반스, 정진철, 외야수 김진형, 백진우, 이찬기 등이다.
보우덴과 에반스의 방출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보우덴은 지난해 18승을 거두고 탈삼진왕(160개)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 부상으로 3승5패에 그쳤다. 에반스는 지난해 24홈런 81타점, 올해 27홈런 90타점을 올렸으나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다.
여기에 니퍼트도 보류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니퍼트도 분명히 올해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22승3패 평균자책점(ERA) 2.95로 승률까지 3관왕과 정규리그 MVP에 오른 니퍼트는 역대 외국인 최고인 21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올해 14승8패 ERA 4.06으로 지난해에 적잖게 못 미쳤다.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두산 니퍼트가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무엇보다 가을야구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2015, 2016년 한국시리즈(KS) ERA 0.00으로 2연속 우승의 영웅이던 니퍼트는 올해 KIA와 KS에서 ERA가 무려 7.94나 됐다. NC와 플레이오프(PO)에서도 1패에 ERA 8.44였다.
일단 두산은 니퍼트의 명단 제외에 대해 "나이와 몸 상태 등을 평가했을 때 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새로 재계약을 해야겠다고 판단해 규정에 따라 KBO에 재계약 의사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니퍼트와도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합의했고 이후 계속 재계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KBO 규정에 보류선수 명단에 든 외인은 전년 연봉의 75%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니퍼트는 내년 157만000 달러 이상은 받아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올해 성적은 삭감 요인이 많아 그 정도 연봉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이 부분은 니퍼트도 동의한 상황"라고 강조했다.
결국 '니느님'이 인간계로 내려오면서 을이 된 모양새다. 지난 시즌 뒤만 해도 니퍼트는 갑의 위치에서 두산에 당당하게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보내면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두산이 연봉 삭감을 요구한 모양새다.
KBO 리그 최고 외인 투수로 평가받는 니퍼트. 과연 올해 두산과 재계약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 내년에는 갑을관계가 바뀔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