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아니 삼성맨 강민호의 스윙'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가 30일 공식 입단식을 마치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그라운드로 나와 스윙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노컷뉴스)
FA(자유계약선수) 포수 강민호(32)의 삼성 입단식이 열린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롯데에서만 14년을 뛰었던 강민호는 지난 21일 삼성과 4년 총액 8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정장 차림으로 공식 인터뷰실에 들어선 강민호는 김동환 삼성 구단 대표이사로부터 흰색 홈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롯데 시절 강민호의 등장곡인 '넌 내게 반했어'가 흐르는 가운데 유니폼의 등번호 역시 거인군단 시절의 47번 그대로였다. 김 대표는 강민호의 유니폼을 직접 걸쳐준 뒤 포옹을 하며 함박웃음 속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김한수 감독이 모자를 강민호에게 씌워줬고, 주장 김상수가 꽃다발을 전하고 역시 포옹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민호는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 시민들을 위해 시 관계자에게 1억 원을 기부했다. 강민호는 제주 출신이지만 포철중과 포철공고 학창 시절을 포항에서 보냈다. 포항은 삼성의 제 2의 홈 구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어진 기자회견. 강민호는 "삼성과 계약한 지 이틀 동안 내가 정말 삼성 선수가 됐나 실감이 안 났다"면서 "그래서 (롯데에서 두산으로 간) 장원준한테 '어떻게 하면 어색함을 잊느냐'고 물어보니 '입단식 하면 삼성 선수라는 걸 느낄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유니폼을 입어보니 삼성 선수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 선수로서 새 각오도 다졌다. 강민호는 "삼성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있다"면서 "원하는 게 공격보다는 젊은 투수들에 대한 리드가 첫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과 계약한 4년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장필준을 세이브왕으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민호는 올해 손승락의 구원 1위를 도왔다.
새 구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강민호는 "홈 라커룸을 보고 시설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면서 "웨이트 훈련장과 마사지실 등이 곧바로 연결돼 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타자 쪽에서 보면 (구장이 작아) 플러스 요인이 있지만 반대로 포수 입장에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단 캠프 가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면서 알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삼성 강민호가 30일 공식 입단식을 마치고 진행된 사인회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사진을 찍고 있다.(대구=노컷뉴스)
회견을 마친 뒤 강민호는 유니폼으로 완전히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전광판에는 강민호의 합류를 환영하는 화면이 떠 있었다. 강민호는 "진짜 이 유니폼을 입게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롯데와 인연이 질겼기 때문이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강민호는 2006년 본격적으로 주전 마스크를 꿰차며 사직의 안방마님으로 통했다. 4번이나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전성기를 롯데에서 보내며 간판 스타로 우뚝 섰다. '롯데의 강민호~'라는 응원가는 KBO 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힌다.
강민호는 "사실 삼성과 계약을 하고 삼일째 밤에 자다가 깼다"면서 "꿈을 꿨는데 내가 울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롯데를 떠나기가 괴롭고 힘들었던 것. 강민호는 "아내에게 얘기를 하면서 많이 울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프로라면 새 소속팀과 팬들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 강민호는 "롯데 팬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롯데 시절 응원가에 대해서도 "그것은 롯데 시절의 강민호에 대한 응원가였기 때문에 가져오는 것은 것은 아니다"면서 "부산에 두고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삼성 팬들에게 "삼성에 적응해서 많은 팬들에게 박수받는 삼성맨이 될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후 강민호는 시즌권 대상자 중 선착순으로 선발된 47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사인회로 삼성맨으로 공식적인 첫 행사를 치렀다. 롯데를 떠나 괴로움을 잊고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삼성맨' 강민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