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출신 포수 강민호가 지난 21일 삼성과 계약을 맺은 뒤 구단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삼성)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대어들의 행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롯데가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삼성에 뺏겼지만 최대어 손아섭을 앉힌 가운데 민병헌을 데려왔다.
남은 대어급 선수는 김현수. LG가 구애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계약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남은 준척급 FA들은 내년 리그 판도에 미칠 영향이 크지는 않다.
지금까지 올해 F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인 구단은 롯데다. 선수들의 입출이 가장 잦았다. 1호 FA 계약(문규현 2+1년 10억 원)도 롯데였고, 강민호의 이탈과 손아섭의 잔류, 민병헌의 영입 등 굵직한 소식이 모두 부산발이었다.
하지만 이런 롯데의 움직임을 촉발한 구단은 삼성이다. 삼성이 부산의 터줏대감 강민호와 깜짝 계약을 하면서 롯데를 움직였다. 안방마님을 잃은 롯데가 몸이 달아 황급히 MLB를 꿈꾸던 손아섭을 잔류시켰고, 민병헌마저 데려왔다.
삼성이 강민호 영입에 보상금까지 100억 원을 썼고, 롯데는 손아섭+민병헌에 역시 보상금을 포함해 200억 원을 넘게 투자했다. 롯데는 최준석, 이우민 등 내부 FA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 지출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강민호가 가지 않았다면?' 두산 출신 외야수 민병헌이 28일 롯데와 계약을 맺은 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롯데)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현재까지 가장 많은 돈을 썼지만 승자로 분류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손아섭을 앉힌 것은 큰 공로지만 강민호를 뺏긴 것은 타격이 크다. 민병헌을 데려왔어도 메울 수 없는 공수의 공백이다. 강민호와 민병헌의 몸값은 똑같은 4년 80억 원이지만 상쇄가 되지는 못한다.
거인 군단으로서는 손아섭과 강민호가 함께 잔류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 가운데 민병헌까지 왔다면 금상첨화였을 터. 단숨에 내년 우승을 노릴 만한 최강 전력이 됐을 것이었지만 강민호가 빠진 롯데는 차선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만약 강민호가 잔류했다면 롯데가 민병헌 영입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민병헌은 FA 시장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외야수 영입을 노린 LG의 관심은 손아섭, 김현수에 있었다. 삼성이 나설 수도 있었지만 몸값 제시액이 4년 80억 원까지는 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올해 FA 시장의 진짜 승자는 이들 3명 FA의 에이전트일 수 있다. 강민호, 손아섭, 민병헌의 에이전트는 같다. 3명의 몸값은 258억 원이다. 고객의 몸값을 최대한 올린 한 수가 강민호의 삼성행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추측일까.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실현이 됐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같은 돈을 쓰고도 최선은 얻지 못한 셈이 됐다.
이제 FA 시장의 남은 대어는 김현수다. 그의 친정팀 두산이 고액을 베팅하지는 않을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잠실 라이벌 LG가 벼르고 있다. 정성훈의 방출과 이병규, 손주인, 유원상 등 베테랑들을 정리해 여론이 좋지 않은 LG는 김현수라도 영입하지 않으면 더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만약 김현수를 놓친다면 LG는 어쩌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패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올해 FA 시장에서 누가 진정한 승자와 패자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