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평창은 못 오나요?' IOC가 러시아에 대해 내년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면서 옛 조국에서 열리는 꿈의 무대에 서지 못할 위기에 놓인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자료사진=이한형 기자)
한국에서 러시아의 쇼트트랙 영웅으로 군림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옛 조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러시아 국기를 떼면 가능하다.
러시아는 6일(한국 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이 박탈됐다.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결정했다.
다만 러시아 국적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는 출전의 길을 열어뒀다. 복장에 러시아 국기 대신 올림픽 오륜기를 달고, 금메달을 따도 러시아 국가 연주를 들을 수 없다. 이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의 일원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에 IOC 결정에 반발해 올림픽 출전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쥬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자국 선수들이 국기를 달지 못하는 것은 모욕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그렇게 되면 빅토르 안의 평창올림픽 출전의 길은 막힌다. 빅토르 안은 지난 2014년 새 조국에서 열린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국 국적으로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나선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도 3관왕이었던 빅토르 안은 내년 평창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빅토르 안은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당시 옛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대회는 평창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다.
당시 빅토르 안은 "(선수) 소개할 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많은 힘을 얻게 됐다"며 한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면서 "만약 평창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라 러시아 국가를 들으면 마음이 이상할 것 같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어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두진 않았지만 첫 종목(1500m)부터 잘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도 다졌다.
일단 빅토르 안은 내년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도 마음이 이상할 일은 없을 터. 다만 출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과연 한국과 러시아, 양국에서 영웅으로 군림했던 쇼트트랙 황제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의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러시아는 오는 12일 IOC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