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최정상급 좌완투수 크리스 세일을 영입한 라이벌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를 "메이저리그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라고 칭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스테판 커리와 케빈 듀란트 등 2명의 MVP 출신 선수를 비롯해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까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4명의 올스타를 보유한 '스타 군단'의 상징이자 '디펜딩 챔피언'이다.
지난 8월 이번에는 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판 골든스테이트가 됐다. 양키스가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소니 그레이, 토드 프레이저, 데이비드 로버트슨 등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자 보스턴의 데이브 돔브로스키 단장은 양키스야말로 워리어스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제 메이저리그의 골든스테이트라는 표현만으로는 뉴욕 양키스를 설명하기에 부족해보인다. 2017시즌 내셔널리그 홈런왕과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이 나란히 양키스의 상징인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10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17시즌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의 주인공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행선지가 뉴욕 양키스로 결정됐다.
'스몰 마켓' 마이매이 말린스는 향후 10년간 2억9500만달러(약 3230억원)를 받게 되는 스탠튼의 몸값에 부담을 느꼈다. 2017시즌 이후 트레이드를 추진해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최종 후보로 압축되는듯 했지만 스탠튼이 두 구단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판이 깨졌다.
이때 뉴욕 양키스가 움직였다. '빅 마켓' 뉴욕 양키스는 스탠튼의 계약 규모를 얼마든지 떠안을 수 있는 구단이며 전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단으로도 유명하다.
양키스는 주전 2루수 스탈린 카스트로를 비롯한 다수의 유망주를 마이애미에 내주는 조건으로 스탠튼을 영입하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진 스탠튼이 만약 양키스 이적을 받아들인다면 트레이드는 성사된다.
공교롭게도 마이애미의 현 구단주는 현역 시절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유격수로 활약했던 데릭 지터다.
뉴욕 양키스가 스탠튼을 영입하면서 2017시즌 양대 리그 홈런왕이 한 팀에서 뛰게 됐다.
스탠튼은 올해 마이애미에서 타율 0.281, 59홈런, 132타점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홈런왕이자 양대 리그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다.
양키스는 이미 '괴물 신인' 애런 저지를 보유하고 있다. 저지는 풀타임 데뷔 첫 시즌이었던 올해 타율 0.284, 52홈런, 114타점을 올려 역대 신인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같은 해 나란히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다음해 한 팀에서 뛴 경우는 이번이 두번째다. 첫 사례 역시 양키스가 만들어냈다. 1961년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이 각각 61홈런, 54홈런을 기록했고 둘은 다음해에도 함께 뛰었다.
매리스와 맨틀이 1961년에 합작한 115홈런은 한 팀에 속한 2명의 선수가 합작한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이다. 스탠튼과 저지의 올해 홈런을 더하면 111개가 된다.
또 2018년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4번째로 이전 시즌 양대 리그 홈런왕을 나란히 보유한 구단이 된다.
뉴욕 양키스가 파워 보강이 절실해 스탠튼을 영입한 것은 아니다. 양키스는 2017시즌 162경기에서 241개의 홈런을 때려 30개 구단 중 1위를 차지한 구단이다. 또 양키스는 스탠튼을 영입하기 전에도 월드시리즈 문턱까지 진출했던 팀이다(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휴스턴에게 패배). 스탠튼의 가세는 내년부터 양키스의 지휘봉을 잡는 애런 분 신임 감독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