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BO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8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거둔 KIA가 황금장갑 시상식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총 10개 부문에서 절반인 5개를 휩쓸었다.
KIA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투수 양현종, 2루수 안치홍, 유격수 김선빈, 외야수 최형우, 로저 버나디나가 수상했다. 개인 성적도 좋았지만 우승 프리미엄을 톡톡히 얻었다.
양현종은 압도적이었다. KBO 리그 취재기자와 방송 관계자 등 투표인단으로부터 357표 중 323표(90.5%)의 몰표를 얻었다. 양현종은 올해 20승으로 국내 선발 투수 중 22년 만에 20승을 달성하며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정규리그와 KS MVP, 골든글러브를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키스톤 콤비도 나란히 수상했다. 지난해 후반기 군 제대해 복귀한 이들은 올해 KIA 수비의 핵심이자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 안치홍은 타율 3할2푼1리에 21홈런을 기록하며 박민우(NC)를 단 6표 차로 제쳤다. 김선빈은 올해 타율 3할7푼으로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 이후 23년 만에 유격수 타격왕에 올랐다.
외야수 부문도 치열했지만 3개 자리 중 2개가 KIA 차지였다. 비록 외야수 최다 득표는 224표의 손아섭(롯데)이었지만 최형우가 215표로 뒤를 이었고, 버나디나도 190표를 얻었다. 140표의 김재환(두산)이 4위였다.
1루수는 돌아온 거포 이대호(롯데)가 차지했고, 3루수는 2년 연속 홈런왕(46개)에 오른 최정(SK)이 수상했다. 최정은 326표를 얻어 올해 전체 최다 득표(91.3%)의 영예를 안았다. 포수는 롯데에서 뛰다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가 받았고, 지명타자는 LG의 베테랑 박용택이 수상했다.
이날 수상자들의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이대호는 "받을 줄 몰랐는데 알았다면 나비 넥타이를 메고 올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김선빈은 "곧 태어날 꽃빈이에게 자랑할 수 있게 됐다"고 예비 아빠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용택은 "올해 시상식은 온통 KIA판이라 너무 부럽다"면서도 "내년에는 팀을 잘 이끌어 후배들 10명이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민호는 "롯데 팬 여러분들에게 받은 사랑, 야구할 때까지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다"며 울먹였고, 양현종은 "하늘에 있는 친구 이두환에게 상을 바친다"고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최고의 소감은 대리 수상자에게 나왔다. 신혼여행을 떠난 안치홍 대신 받은 김민호 KIA 코치였다. 김 코치는 일단 "1995년 첫 골든글러브 수상 때는 아내가 받았는데 직접 여기 올라온 것은 처음"이라며 폭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곧이어 묵직한 소감을 전했다. 김 코치는 "안치홍은 성공을 준비하는 선수"라고 운을 뗀 뒤 "전날 무안타를 치면 한여름에도 훈련 한 시간 전인 2시에 나와 타격 훈련을 한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어 "얼굴에 흐르는 땀은 그 색깔이 피같은 땀으로 보인다"면서 "여기 있는 아마추어 선수, 모든 선수들이 본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다른 수상자들보다 길게 소감을 밝혀 사회자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치홍 본인이라면 결코 밝혀지지 않았을 일화. 김 코치의 소감은 골든글러브의 무게와 가치를 더욱 높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