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화유기' 스틸컷(사진=tvN 제공)
tvN 드라마 '화유기'의 역대급 방송 사고는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캐스팅으로 인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인다.
지난 24일 밤 방송된 '화유기' 2화에서는 방영 도중 '60초 후 계속됩니다'라는 예고 자막이 나왔지만, 훨씬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광고와 자사 프로그램 예고가 이어져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후 방송이 재개됐지만, '방송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한다'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방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등의 자막과 함께 재차 방송이 끊겼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극중 와이어 줄과 블루스크린이 노출되는 등 완성되지 않은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급기야 tvN은 이날 방송을 중단하면서 "후반 작업이 지연돼 방송송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였지만 제작진의 열정과 욕심이 본의 아니게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이튿날인 25일에 완성된 '화유기' 2화를 다시 내보냈지만, "'화유기' 제작 및 방송 안정화를 위해 오는 31일 방송 예정이던 4화를 차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tvN은 전했다. 3화는 예정대로 30일 오후 9시에 정상 방송하되, 4화는 일주일 늦춰 내년 1월 6일 오후 9시에 방송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비판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한 누리꾼은 26일 '화유기'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드라마 마지막회까지 안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CG에 힘 좀 실어주세요. 지금 일하시는 분들 돌려막기 하지 마시고 인력 충원 해서 생방송 편집만은 없게 만들어주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7일 동안 2화 분량 제작하는 거 불가능이라 봅니다. 특히 CG가 많을 터라 더더욱 시간을 요하지요"라며 "최소한 4회 분량, 6회까지 제작해 놓고 방송 재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생방송 수준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이 낳은 예고된 일' 등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나 이번 경우는 제대조차 하지 않은 배우 이승기를 무리하게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필연적인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화제성을 끌어올리려는 무리한 캐스팅이 촉박한 촬영 스케줄 등 제작 환경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우, 스태프 등의 노동 강도를 고려했을 때 방영 시점 등을 이런 식으로 급박하게 잡은 데는 제작진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알려진 대로 '화유기'는 지난 10월 초 첫 촬영을 시작했다. 이승기가 전역한 때는 같은 달 31일로, 분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이 한 달가량 늦게 촬영에 합류한 셈이다. 이로 인해 배우·스태프들은 밤샘 촬영 등 강행군을 이어왔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26일 "주인공을 일찍 합류시키든, 촉박한 캐스팅으로 늦게 합류하게 됐으면 방영시점을 늦추든 둘 중에 하나는 조치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며 "워낙에 그동안 '생방송 수준'으로 드라마 작업이 촉박하게 이뤄지다 보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무리가 있겠지만 하면 되겠지' '무슨 일 나겠냐'는 일종의 '안전 불감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