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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강동원 등장에 술렁…"불이익 각오"

    이한열기념사업회 "박근혜 서슬 시퍼렇던 때 제일 먼저 달려와…깊은 감사"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이한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다른 학생의 품에 안겨 있다. (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당시 로이터통신 정태원 기자 촬영)

     

    6월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시작되고, 극 중반 박종철(1965~1987) 열사 고문치사 사건 진상규명과 전두환 퇴진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시위 장면 도중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극중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김태리)는 해당 시위에 우연히 휘말려 백골단(시위 진압·체포 사복경찰관)에게 붙잡힐 뻔한 상황에서 한 남학생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관객들이 술렁인 순간은 해당 남학생이 입을 가리고 있던 손수건을 내린 순간이었다. 배우 강동원의 등장이었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실존인물 이한열(1966~1987) 열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에 머리에 맞고 쓰러진 뒤 7월 5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한열 열사가 쓰러진 다음날인 6월 10일에는 전국적으로 100만여 명의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여 6월항쟁의 정점을 찍었다. 이한열 열사는 박종철 열사와 함께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것이다.

    강동원이 '1987'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개봉 전에도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1987'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조차 이를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정 배우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기보다는,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겼던 까닭이다.

    SNS를 보면, '1987'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강동원의 등장에 술렁이는 반응은 일상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트위터 사용자 '@i******'는 "'1987'에 강동원 나올 때 극장이 술렁였다. 나도 그랬다"고 전했다. '@s*****' 역시 "'1987' 강동원 등장 장면에서 비명 터져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진짜 웅성웅성"이라고, '@b******'도 "강동원 나오던 순간에 모든 사람이 '헉' 하던 순간이 인상적"이라고 썼다.

    강동원이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이한열 기념사업회 측이 올린, "영화 '1987'을 보고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달 15일 기념사업회 홈페이지(www.leememorial.or.kr)에 올라온 해당 글은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할 분이 있습니다. 이한열 역을 해낸 강동원 배우입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강동원)는 2016년 여름,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기 전(마치 백만 년 전처럼 아득하고 멀게 느껴지지요?), 박근혜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 배우로서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로 제일 먼저 달려와 배역을 수락해 주었습니다."

    ◇ "그 용기들이 모여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한열 기념사업회 측은 "강동원 배우 또한, 작은 그러나 태산만큼 큰 용기를 내주신 것이지요"라며 "배우 강동원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영화에 대한 감상평도 덧붙였다. 기념사업회 측은 "영화 '1987'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짐작보다 많이 슬펐습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꺽꺽거리면 등짝이 아프더군요"라고 운을 뗐다.

    "며칠 전부터 신촌 지하철역의 '1987' 포스터만 봐도 맘이 출렁거렸습니다. 배우 김태리의 무심한 표정에서, 노동자가 죽어가고 대학생이 죽어가고 그렇게 속절없이 사람들이 죽어가던 시대, 살아남으려면 무심해야 했던 시대가 상기되어 맘이 출렁거렸지요."

    이어 "그 시절에도 스무 살의 풋풋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미팅도 하고 서클(동아리) 활동도 하고"라며 "그 둘의 대비가 김태리 배우의 무심한 얼굴에 그대로 배어나와 포스터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 울컥울컥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극중) 박종철 열사의 어머님이 '부검 전에 손이라도 한 번 만지게 해달라'고 울부짖는 장면, 아버님이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 속으로 꾹꾹 누르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으실 땐, 보는 이의 맘도 같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기념사업회 측은 "연희의 말처럼 나 하나 움직인다고 세상이 바뀔까, 무기력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가족 생각에 뜻을 접었던 이들도 있었고요"라며 "하지만 한열처럼 '마음이 너무 아파' 외면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들은 자기 앞에 놓인 일에, 작은 그러나 개인이 감당하기엔 태산만큼 큰 용기를 냈었지요"라며 "그 용기들이 모여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졌고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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