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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LH' 빼줘"…어긋난 'LH' 기피 현상

    "임대아파트와 엮기기 싫다"…사회적 비용 발생 '부작용'

     

    "아무래도 LH 이미지가 그런 이미지니까, 임대가 많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름 안 바꿨으면 외부에서 봤을 때는 '다 같은 임대아파트'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경기도 수원 호매실지구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한 한 아파트 단지. 최근 이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은 지 2년밖에 안된 터라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지지도 않았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름'을 바꾸고픈 이유는 하나였다. "'LH'를 빼달라."

    이 아파트는 아파트 이름 중 'LH'를 빼고 대신 시공사의 브랜드로 새 브랜드를 만들어 관할 구청에 명칭 변경을 요청할 예정이다.

    ◇ "우린 일반분양인데…임대아파트하고 '엮이기' 싫다"

    2일 경기도내 지자체와 LH 등에 따르면 최근 LH가 시행한 아파트들 가운데 아파트 브랜드를 바꿨거나 바꾸려는 '기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능실마을 LH 19단지'는 'LH'를 빼고 시공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넣어 '호매실 스위첸 능실마을 19단지'로 변경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한 관계자는 "생애 처음으로 집을 장만한 분들이 많았다. 입주 전부터 (브랜드 변경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해왔던 부분"이라며 "내 집이 명품이미지는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랜드마크화 돼서 들으면 딱 알 수 있을만한 아파트가 되면 좋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진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입주자는 "바로 옆에 LH가 지은 임대아파트가 많은데, 거기하고 같이 묶이는 것 같아 싫다"며 속내를 내보였다.

    이런 이유로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LH해모로아파트'는 '광교해모로아파트'로,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LH 연꽃마을 4단지'는 '어울림 연꽃마을 4단지'로 이름을 바꿨으며 아직 입주 전인 고양 향동지구의 공공분양 청약자들도 명칭 변경을 위해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시행사가 LH인 일반분양 아파트 입주민들이 마찬가지로 LH가 지은 '임대아파트'와 구별 짓기 위해 아파트 이름에서 'LH'를 빼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한때 LH 브랜드 '휴먼시아'와 '거지'의 합성어를 일컫는 '휴거' 논란이 일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발생 '부작용'

    아파트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소유주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건축물 표시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분양 아파트라 하더라도 아파트 사용승인이 나기 전에는 아파트 소유권이 LH에 있기 때문에 입주민 마음대로 브랜드를 바꿀 수 없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입주 전에도 변경요청을 하기도 하지만 'LH'를 떼는 것은 허용해 줄 수 없다"며 "'LH'는 회사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고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LH가 자체 브랜드로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칠까지 하고, 등기 등 모든 행정적 절차를 밟은 뒤, 소유권이 입주민들에게 모두 이전되고 나서야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명칭 변경을 위해 입주자들이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건물 외벽 페인트 비용은 둘째치고라도, 각종 안내 표지판부터 행정관서의 표기까지 모두 수정해야 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 상 아파트 명칭이 바뀌니까, 모든 행정상 표기들을 다 빠꿔야 한다"며 "법적으로 안 바꿔줄 수는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핵심은 임대주택에 대한 나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질과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정부가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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