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최고 외인 투수' 지난해 우승팀 KIA는 헥터 노에시(왼쪽) 등 외인 3명과 모두 재계약하며 올 시즌을 대비했고,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오른쪽)를 포기하는 등 외인 전원 교체의 승부수를 띄웠다.(사진=KIA, 두산)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 선수들은 전력의 핵심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주전들의 숫자가 적은 농구와 배구는 거의 절대적이다. 공격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는 사례가 많다.
프로야구는 농구, 배구보다는 주전들의 숫자가 많아 외인의 전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인들이 팀 성적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아무리 국내 선수들이 잘 한다고 하더라도 외인들이 죽을 쑤면 순위가 좀처럼 올라갈 수 없다.
지난해 KBO 리그 우승팀 KIA 역시 마찬가지였다. 헥터 노에시가 다승왕(20승), 로저 버나디나가 득점왕(118개)에 27홈런 32도루를 올려줬다. 좌완 팻 딘이 9승(7패)으로 살짝 아쉬웠다지만 후반기 에이스 역할로 팀의 1위에 큰 공을 세웠다.
올 시즌도 외인들의 비중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각 구단들이 가을야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외국 선수들을 선발했거나 목하 협상 중이다.
현재까지 10개 구단 외인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부분 교체다. 지난해 큰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안고 가되 아쉬운 외인들은 과감히 포기했다. 타점왕(124개) 다린 러프(삼성)과 탈삼진왕(189개) 메릴 켈리(SK) 등은 각각 150만, 175만 달러로 두둑한 연봉을 안았다.
KIA 외인 3인방 헥터(왼쪽부터), 로저 버나디나, 팻 딘.(사진=KIA)
다만 '구관이 명관'이라며 선수 3명을 모두 안은 구단과 '모든 걸 다 바꿔'를 외치며 모두 교체한 팀들이 눈에 띈다. 바로 우승팀 KIA와 준우승팀 두산, 8위의 한화다.
한화의 외인 3명 완전 교체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지난해 한화는 초호화 외인 라인업을 자랑했다. 알렉시 오간도(180만 달러)에 윌린 로사리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이상 150만 달러) 등 MLB 경력 선수들로 꾸렸다. 그러나 로사리오를 빼면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로사리오가 일본으로 떠난 가운데 한화는 외인들을 다 교체했다.
KIA 외인 3명의 재계약도 예상이 가능했다. 헥터와 버나디나야 워낙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팻 딘도 3선발로서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였다. 헥터가 200만 달러, 버나디나가 110만 달러, 팻 딘이 92만5000 달러에 재계약했다.
다만 두산은 외인 전원 교체의 승부수를 띄웠다. 터줏대감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를 과감히 포기했다. 니퍼트는 2016년 22승에 평균자책점 2.95 등 3관왕과 MVP를 거머쥔 최고 투수로 지난해 연봉 210만 달러로 역대 외인 최고액을 찍었다.
우여곡절 끝에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전 롯데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 사진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강병철 전 롯데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사진=롯데)
그러나 지난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살짝 하향세를 보였다. 가을야구에서도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KIA와 한국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이 무려 7.94나 됐고, NC와 플레이오프에서도 8.44였다. 몸값 역시 부담스러웠다.
결국 두산은 우여곡절 끝에 롯데 우완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을 145만 달러에 영입했다. 2016년 탈삼진왕(160개) 마이클 보우덴과 지난해 27홈런 90타점을 올린 닉 에반스도 포기했다. 대신 우완 세스 후랭코프와 스위치 히터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KBO 리그가 첫 경험인 선수들로 두산으로서는 모험을 택한 셈이다.
올해도 KIA는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고, 두산 역시 민병헌이 떠났지만 여전히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며 KIA와 정상을 다툴 팀으로 꼽힌다. 외인 라인업에서 안정을 택한 KIA와 모험을 꾀한 두산이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