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오른 정현이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기자)
"공항에 나와주신 팬 분들을 보니까 정말 큰 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호주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한국 테니스의 간판이자 유망주였다. 2018 호주오픈 4강 진출의 신화를 쓰고 돌아오자 그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물한 '국민 영웅'이 되어 있었다.
정현은 28일 오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정현의 귀국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온 기자단과 정현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을 포함해 수백명의 인파가 입국장을 가득 메웠다. 정현이 짐을 찾고 입국장으로 나오기까지 1시간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테니스 영웅의 귀환을 뜨겁게 맞이했다.
정현은 귀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 "호주오픈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살짝 기분이 좋았을 뿐이었는데 공항에 나와주신 팬 분들을 보니까 정말 큰 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답했다.
세계랭킹 58위로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채 호주오픈에 출전한 정현은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 등을 연파하며 4강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은 한국 테니스 최초의 역사였다.
정현은 준결승전에서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와 생애 처음으로 맞붙는 영광의 무대에 섰다. 16강전부터 악화된 발바닥 물집 때문에 기권했지만 통증을 참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정현의 투혼에 상대인 페더러를 비롯한 모두가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오른 정현이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정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소득에 대해 "개인적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테니스가 나로 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하나만 꼽으라면 못 꼽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한국인 최초로 8강에 진출한 순간도 생각에 남고 조코비치 선수와 2년만에 같은 코트에서 상대한 것도 영광이었고 그 선수를 이긴 것도 기억에 남는다. 첫 4강 진출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순간이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말했다.
페더러와의 4강전에 대해서는 "같은 선수로서 정말 부드럽다는 것을 느끼면서 경기를 했다. 그래서 페더러 선수가 체력적으로 덜 지치는 것 같다. 배울 점이 많았다"며 "100% 컨디션이라고 해도 그런 위대한 선수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좋은 컨디션이라면 좀 더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호주오픈 4강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정현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정현에게 패한 조코비치, 100% 컨디션이 아닌 정현과 맞붙었던 페더러는 "언젠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정현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2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한국 최고 기록을 빨리 깰지 생각 못했는데 그걸 깼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정현은 "많은 선수들이 저를 높게 평가해준만큼 그 선수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