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울 좀 보고 다녀라'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김예진이 8일 오후 평창올림픽 공식 훈련을 마치고 북한 정광범과 나눈 대화를 들려주며 파안대소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된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 메인 링크. 그런데 이날은 예정에 없던 훈련 파트너가 한 팀 더 생겼다. 바로 북한 대표팀이다.
한국 선수단은 오후 5시15분부터 독일 대표팀과만 훈련할 예정이었다. 당초 북한은 오후 8시 15분부터 중국, 폴란드와 함께 훈련하는 스케줄이었다. 갑자기 바뀐 일정이었지만 남북 선수들은 함께 빙판을 달렸다.
지난 3일 첫 훈련 때 부상을 당했던 최은성도 이날은 얼음판에 나섰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최은성은 가볍게 몸을 풀면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17살의 정광범은 한국 선수들과 함께 속도를 냈다.
남북 선수단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박세우 여자팀 코치, 변우옥 장비 담당 코치 등은 최은성의 등을 쳐주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선수들끼리도 얘기를 나눴다. 계주 훈련 때는 서로를 밀어주기도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 정광범. 이한형 기자
50분 예정된 훈련을 마친 뒤 북한 선수들은 급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최은성은 부상 회복 정도를 묻는 취재진에게 "괜찮습니다"고 짧게 답했다.
남자 대표팀 맏형 곽윤기는 북한 선수들과 합동 훈련에 대해 "북한이라는 것보다 다른 팀으로 생각하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후배들인데 어린 나이에 먼 곳까지 와서 대견스럽다"면서 "얘기를 했지만 '몇 바퀴를 돈다' 등 훈련과 관련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 김예진(19 · 평촌고)이 북한 선수와 나눈 대화는 흥미로웠다. 김예진은 "정광범이 와서는 '못 생겼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나도 '너도 못 생겼다. 거울은 봤냐'라고 응수해줬다"고 웃었다.
이어 "그랬더니 정광범이 '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광범이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예진은 "그런 거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예상치 않게 함께 훈련을 하게 됐지만 남북 선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훈훈했던 남북 쇼트트랙 대표팀의 첫 합동 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