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윤호진(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자 신작 제작발표회를 연기했다.
윤 대표는 24일 낸 입장문을 통해 "최근 공연계에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피해를 당하신 분들과 불편함을 느끼시는 관객분들께도 진심으로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작 뮤지컬의 제작발표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오는 28일로 예정되었던 '웬즈데이' 제작발표회 미루겠다고 밝혔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로, '명성황후(1995)', '영웅(2009)' 등 인기 작품을 배출한 윤호진 대표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윤 대표는 "할머님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저의 개인적인 의혹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에 대한 의혹을 먼저 푸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했다"고 제작발표회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저의 행동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며 "피해 신고센터나, 에이콤,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최근 '미투'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50여 년 간 공연을 하면서 앞만 보고 오며, 자부심에 취해 제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든다"며 "기득권에 속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용기 있는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운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 바라며, 이 운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삼성오신(三省吾身)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