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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정도로 말도 안되는 경기는 또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일리야 코발축이 2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독일과의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마치고 남긴 말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선수들이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명승부였다.
2피리어드까지 스코어는 1-1. 4강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를 꺾고 이번 대회 남자 아이스하키 최대 이변을 일으킨 독일과 OAR의 진검승부는 3피리어드부터였다.
OAR이 먼저 앞서갔다. 니키타 구세프가 3피리어드 13분21초에 골을 넣었다. OAR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독일이 10초만에 골을 터트려 2-2 동점을 만든 것이다.
독일의 기세는 대단했다. 3피리어드 16분44초에 요나스 뮐러가 승부의 균형을 깼다. 설상가상 OAR는 종료 2분을 남기고 페널티를 받았다. 독일보다 1명이 부족한 가운데 마지막 2분동안 어떻게든 동점골을 넣어야 했다.
OAR은 기적을 연출했다. 구세프가 종료 56초 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패배 위기에서 벗어난 OAR은 연장전 9분40초에 키릴 카프리조프가 서든데스 골을 넣어 3-2 승리를 결정지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 차원의 올림픽 참가 금지 징계를 당해 개인 자격으로 평창 땅을 밟은 OAR 선수들의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 획득 순간은 이처럼 짜릿했다.
코발축은 경기 후 올림픽뉴스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2-1로 앞서나갈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역전을 허용했고 마지막 2분을 남기고 페널티까지 받았다. 그 순간 솔직히 우리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OAR의 세르게이 칼리닌은 "3피리어드 2분 전 우리에게 페널티가 선언됐을 때 솔직히 충격받았다. 동점골을 넣어 너무 기뻤다. 모든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OAR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지 못한채 경기에 나섰다. 강릉하키센터의 팬들만이 러시아를 힘껏 연호했다. 러시아를 대표해 출전한 팀이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독립국가연합으로 출전했던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처음이다.
OAR의 파벨 댓숙은 NHL 스탠리컵 우승과 올림픽 우승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대회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며 "나의 꿈을 이뤘다.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이뤄야 할 꿈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