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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통일돼서 후손들이 좋은 세상 살기 바라"

인권/복지

    실향민 "통일돼서 후손들이 좋은 세상 살기 바라"

    "이산가족 막내 세대인 내가 80대…몇 년만 지나면 전부 떠날 것"

    - 이산가족 생존자 727만 명에서 6만 명으로.."대부분 8,90대 초고령자"
    - 안진걸 "이산가족,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안고 사는 안타까운 이웃"
    - 실향민 "생사도 확인 못 한 큰 형, 어머니 평생 오매불망 그리워해"
    - "이산가족 막내 세대인 내가 80대..몇 년이면 전부 떠날 것"
    - 南北 화해 분위기지만.. 기대 반 우려 반 "공산주의자 믿지 않아"
    - 청년들은 통일에 관심 없다? 화해를 막는 건 남북 정치일 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07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안진걸 시민위원장 (참여연대), 윤일영 (미수복 경기도 중앙도민회장)
     
    ◇ 정관용>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 돌아보는 안진걸의 이웃사랑입니다. 오늘은 항상 가슴 한편이 허전하게,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 이야기인데요. 요사이 남북관계 좀 새로운 조짐이 보여서 이분들의 기대감이 커질 것 같은데. 바로 북에 가족이 있는 이산가족 실향민들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참여연대의 안진걸 시민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안진걸>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 하루 종일 이 주제를 다뤘습니다마는 대북특사단이 4월 말 정상회담,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 핵실험, 미사일실험 안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해도 좋다, 여러 가지를 가져왔어요. 예상했어요? 예상보다 조금 파격적이죠?
     
    ◆ 안진걸> 평화와 통일단체들이 한국 사회에도 굉장히 많이 있잖아요. 그리고 대북 인도적 지원 구호단체도 굉장히 많은데. 일단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평창에 와서 평화올림픽이 되고 그다음에 이제 방북을 한 거고, 답방 형식으로. 그래서 그 만남 자체를 하나씩 풀어나가면 되겠다 했는데 북한이 예상 외로 평화와 화해라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정부 그다음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도 남북 간에 이렇게 너무너무 으르렁 거리고 곧 전쟁 날 것 같은 상황이 사실 불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또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잖아요.
     
    ◇ 정관용> 안 좋죠.
     
    ◆ 안진걸> 여러모로 안 좋거든요. 그걸 피부로 우리 국민들이 느끼시는 거거든요. 북한에 문제가 있고 비판할 점 많다는 걸 다 아시면서도 그래도 그전에 그런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처럼 막 대책 없이 그냥 막 전쟁을 할 것 같은 분위기는 불안해서 못 사는 것이거든요, 답도 아니고. 그래서 만남을 의미로 했는데 너무 큰 성과가 온 거죠. 다만 향후에 이런 분위기가 계속 잘돼야 될 텐데 아시다시피 미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나 중국도 이걸 도와줘야 되거든요. 주변 4대 강국이 재를 뿌리거나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국민들의 정서는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당장 이산가족 상봉 얘기는 금방 나오더라고요.
     
    ◆ 안진걸> 바로 해야죠. 저는 평창에서도 이산가족들이 몇 분 내려오셔서 응원단 옆에 이산가족 응원단 이런 아이디어를 낸 분들이 있었어요. 거기서라도 만나 뵙게. 같이 응원도 하고 얼마나 좋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9년 동안 남북관계 너무 파탄나 있었거든요. 그게 실무적인 작업도 필요하잖아요, 신뢰도 있어야 되고 생존자도 확인도 해야 되고. 그다음에 또 원하는 분들이 내려가는 거거든요. 원치 않는 분이 일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게 보면 1996년도에 이산가족이 727만 명으로 추산이 됐더라고요. 지금은 그런데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생존자가 한 6만여 명 정도로 지금 추산이 됩니다.
     
    ◇ 정관용> 다 돌아가셨죠.
     
    ◆ 안진걸> 세월이 흘러서. 그리고 이 6만여 명의 대부분도 80대, 90대이십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 안진걸> 그런데 정치권에서도 대표적으로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산가족으로 알려져 있고, 의외로 많거든요. 이 수치가 틀렸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전수조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무튼 주변에 가장 안타까운 이웃으로 사랑하는 자식들과 부모, 형제가 떨어져서 지금까지 이 긴 세월 동안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이분들이 안고 살고 있다는 것, 우리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대북특사단이 6일 오후 서울공항으로 귀환했다. 왼쪽부터 김상균 국정원2차장,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사진=윤창원 기자)

     

    ◇ 정관용> UN의 무슨 제재나 이런 것과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 관계가 없잖아요.
     
    ◆ 안진걸> 그럼요.
     
    ◇ 정관용>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예요.
     
    ◆ 안진걸> 지금이라도 일단 편지부터 주고받게 해 주고요. 생산 확인 빨리 해 주고. 이건 남북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그다음에 지금 사회가 현대화돼서 전산이라든지 정보통신도 잘 돼 있을 거거든요, 주민들에 대한. 그러니까 생사확인, 서신 교환. 가급적이면 통화. 중국 통해서, 브로커 통해서 돈 많이 내고 통화하시고 막 그러더라고요. 그게 아니고 그냥 남북의 발달된 IT로 통화부터 하게 해 주는 거죠.
     
    ◇ 정관용> 한때는 화상통화 이런 식으로 그냥 연중합시다,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요.
     
    ◆ 안진걸> 그러니까요.
     
    ◇ 정관용> 아이디어들은 많았는데 아무튼 제대로 안 됐어요.
     
    ◆ 안진걸> 그러니까 지금 마음만 먹으면 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바로 저는 후속으로 빨리 이분들 돌아가시기 전에 평생 한 풀 수 있도록 이것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실제 실향민 한 분 전화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미수복 경기도 중앙도민회 회장 맡고 계시네요. 윤일영 회장님을 전화해 모십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 윤일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고향이 어디세요?
     
    ◆ 윤일영> 저는 가깝습니다. 여기 군으로 보면 도라산역이 있는 장단군이고요. 휴전선 북쪽이죠, 그렇게 돼 있습니다.
     
    ◇ 정관용> 장단군. 철조망만 없으면 걸어가도 갈 만한 그런 곳이군요.
     
    ◆ 윤일영> 저희 고향 사람들끼리 가서 철책선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고향의 들녘이라든가 그런 게 보입니다.
     
    ◇ 정관용> 그러시군요. 더 그리우시겠어요, 그렇죠?
     
    ◆ 윤일영>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몇 살 때 내려오셨습니까?
     
    ◆ 윤일영> 저 37년생입니다. 그런데 47년도에 저희 가족이 월남을 했으니까 10살 때라고 해야 되나요? 우리 나이로 하면 11살이죠.
     
    ◇ 정관용> 그러면 부모님하고 형제, 자매가 모두 함께 다 내려오신 거예요? 남아 있는 분이 누구예요?
     
    ◆ 윤일영> 저희는 해방되면서부터 그해 겨울부터 형님들이라든가 누님들이 전부 남쪽으로 왔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저희 어머니하고 저하고 47년도에 넘어왔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어머니는 당시 48세, 이 정도 되셨는데 땅을 놔두고 어디를 우리가 가느냐. 끝까지 고향을 지키려고 하시다가 탄압에 못 이겨서 몇 번 구속이 됐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구속을 못 이겨서 47년도 3월 달에 제가 10남매의 막내인데 어머니 손에 매달린 채 다시 월남을 했죠.
     
    제20회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 배우자 이순규와 아들 오장균이 북측 남편이자 아버지인 오인세를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정관용> 그러면 지금 북에 남아계신 분은 누구예요, 그러면?
     
    ◆ 윤일영> 저보다 5살 위의 형님이 6. 25가 나고 9. 28에 서울이 수복되고 북진이 되면서 고향이 가까우니까 고향에 간다고 갔는데 가서는 소식이 없으니까 저희 어머니께서 굉장히 돌아가실 때까지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그러셨습니다. 그런데 고향에 갔다가 못 나왔으니까 전쟁의 폭격으로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전사를 했는지 그런 걸 전혀 저희들은 모르고 이산가족 신청을 해 놨습니다마는.
     
    ◇ 정관용> 그러니까 생사 확인도 안 된 상태예요, 계속?
     
    ◆ 윤일영> 안 된 상태죠.
     
    ◇ 정관용> 지금도 고향 들녘이나 이런 풍경이 눈앞에 아른아른하세요, 어떠세요?
     
    ◆ 윤일영> 어린 나이지만 아주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37년생이지만 이산가족 막내입니다. 그런 걸 보면 지금 몇 년 안 가면 전부 떠난다. 그래서 지금 뭐 때문에 통일이 돼야 되느냐, 또 왜 통일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냐면 저희는 죽기 전에는 고향 한번 가보고 죽으면 원이 없지 않을까, 늘상 이렇게 얘기들을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동안 남북관계가 꽁꽁 막혔었는데 요새 조금 풀릴 조짐이 보여서 어떻게 기대감이 커지세요, 어떠세요?
     
    ◆ 윤일영> 글쎄요.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저희는 공산주의자들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압박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까 지금 미소작전을 하지 않느냐, 이렇게 보는 견해가 많고. 뭐 기대는 하죠. 이 기회에 북이 그야말로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가지고 진실로 대화를 하고 이걸 평화롭게 우리 남북한이 공존할 수 있는 그런 데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민족은 하나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진짜 통일이 되면 우리 다음 세대들이 얼마나 좋은 세상을 살고 선진국으로 발돋움을 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얼마나 좋은 세상을 남겨줄 수 있겠습니까?
     
    ◇ 정관용> 그렇게 돼야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 윤일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윤일영 미수복 경기도 중앙도민회 회장님의 말씀을 들어봤습니다. 지금 내가 막내 세대인데 팔십이 넘었다. 조금 있으면 없다, 정말 절절하시네요.
     
    ◆ 안진걸> 맞습니다. 더 절절한 게 보통 이산가족 하면 가족 만나러 가신다고 생각하잖아요, 일반적으로. 그런데 이제 만날 사람이 없어요.
     
    ◇ 정관용> 가봤자 만날 사람이 없다.
     
    ◆ 안진걸> 가서 내 고항 산천이라도 마지막으로 보게 해 달라. 너무 애절합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 대한민국에서만 북쪽으로 간다고 우리가 생각하지만 북한에 또 가 있는 여러 이유로, 북한에 가 있는 동포들 중에도 남쪽 고향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안진걸> 그분들도 오십한 분이 있어요. 그 유명한 임진강이라는 노래에 보면 임진강 물 흘러흘러 내 고향 남녘 땅 그리워라, 그리워라. 그러나 임진강이 원한만 안고 흐르네 이런 유명한 노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쪽에도 남쪽으로 너무너무 와보고 싶어하는, 가족을 만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 서로 만나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 정관용> 이런 분들은 이제 정말 통일 또 고향땅에 대한 그리움 이런 게 아주 절절하신데. 이분들의 자식 세대들 50~60대 분들까지도 그런 게 내려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젊은층, 20~30대로 가면 통일 왜 해야 돼, 이런 정서가 좀 많잖아요.
     
    ◆ 안진걸> 그러니까 요즘은 생존 배우자들이나 직계 1세대 자손들만 해도 평생 부모님이 고향땅이라든지 가족 그리워하는 거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제 손자 세대나 증손자 세대로 내려가면 감이 확 떨어지잖아요.
     
    ◇ 정관용> 없죠.
     
    ◆ 안진걸> 제가 어렸을 때 4. 19 혁명 얘기하고 5. 18 이야기하면 먼 역사일수록 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리고 이번에 남북 아이스하키팀에서 보면 너무 좋은 이벤트이고 화해의 계기가 됐지만 그것을 이제 젊은분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공정한, 열심히 준비했는데 선발 기회를 혹시 빼앗기는 거 아니냐라고.
     
    참여연대 안진걸 시민위원장(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반대 여론이 높았잖아요.
     
    ◆ 안진걸> 그런 관점으로 지적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저희가 남북한의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호소하면서도 그런 국민적 정서에 대해서도 잘 고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야 되고 단일팀이 필요한가. 저는 오늘 이 방송을 듣고 20대, 30대라해도 고향땅을 밟겠다는 것, 가족을 만나겠다는 것. 심지어는 생사확인하고 서신교환하고 전화통화하겠다는 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오로지 남북의 정치가 이것을 가로막은 거거든요, 한반도의 조건이.
     
    흔히 말하는 오욕의 분단, 지금 70년인데, 올해가. 이걸 딛고 판문점에서 정상회담 준비하는 과정이 실무적으로 생사확인, 고향 방문 이런 거 막 왔다 갔다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아, 남북관계에 훈풍이 풀리니까 벌써 고향을 갈 수 있게 되는구나, 이런 기쁨도 드려야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우리로서는 이걸 인도주의적 문제로 보는데 북한은 또 북한 체제 특성상 완전히 인도주의적 문제로만은 보지는 못하는 정치적 문제라든지.
     
    ◆ 안진걸> 네. 정치라든지 어떤 소통, 어떤 새로운 체제의 유입 이런 것을 두려워하는 게 있을 수 있겠지만 이건 설득을 해야죠, 저희가. 다 돌아가시게 생겼다, 지금. 그 앞에서 어떠한 정치적 이유도 이유로 들어서 안 된다. 개성공단도 어떤 정치적 이유로 폐쇄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박근혜 정권에서 폐쇄해버린 문제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남이든 북이든 서로 정권 차원에서는 할 말이 없는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맞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순위로 우리 정부가 적극성을 가지고 북한 쪽에 제안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늘은 가슴 한편이 항상 퀭하니 비어 있는 분들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시민위원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진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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