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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요금제로 개통할 바엔 팔지마" 유통점 수수료 차등 '논란'

IT/과학

    "저가 요금제로 개통할 바엔 팔지마" 유통점 수수료 차등 '논란'

    SKT·KT 고가 요금제 유치한 대리점에 인센티브↑…"강제 아닌 선택사항"

    LGU+ 무제한요금제 "통신비 인하 아닌 인상"…보편요금제 '강행' 풍선효과 지적도

    KT (사진=자료사진)

     

    스마트폰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SK텔레콤에 이어 KT도 이달부터 가입자 요금제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국내 이동통신사 1·2위가 나란히 고가요금제를 유치한 대리점에 더 많은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결국 유통점들은 많은 수수료를 챙기려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것이고, 이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침과 정반대되는 행보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9 시리즈 개통이 시작된 지난 9일. 모처럼 이동통신 시장에 활기가 도는 듯했지만 서울에서 KT의 한 유통점을 운영하는 김모(53) 씨 표정은 밝지 않다. 이번 달부터 어떤 요금제 고객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대리점 수수료가 달라진 것이다.

    김 씨는 "결합상품에 묶여 번호 이동이 줄고 기기 변경이 대부분이어서 통신사 입장에선 수익을 내는 게 요금제밖에 없다 보니 고가 요금제 압박이 들어온다"면서 "낮은 요금제로 개통할 바에는 팔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2일 KT와 이통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부터 요금제 수준에 따라 대리점에 주는 '관리수수료'를 차등화했다. '관리수수료'는 유치한 가입자 요금 가운데 일부를 해당 대리점에 떼주는 것이다.

    KT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요금제에 상관없이 매달 6.15% 수수료로 대리점에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가입자 요금이 ▲월 3만원 미만일 때는 4.15%, ▲3만원에서 4만 5000원 미만은 6.15%, ▲4만 5000원에서 7만원 미만은 7.15%, ▲7만원 이상은 8.15%를 적용한다.

    KT는 대리점에 동기를 부여하고, 비용 체계를 현실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가 요금제 수수료율은 높이고, 저가 요금제 경우엔 기존보다 '깎으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수수료율이 차등화되면 대리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모든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KT 측은 "절대 강제 사항이 아니고 기존 일괄 수수료와 신규 수수료 체계 중 선택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시장이 번호 이동보다는 기기 변경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통점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또 데이터 사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유통점 쪽에서 굳이 먼저 고객에게 고가 요금제를 권할 필요도 없어, 절대 강제 사항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KT 관계자는 "늘어나는 데이터 때문에 3만원대 미만 가입자는 이제 거의 없고, 3만원대 이상 요금제만 유치해도 기존 수수료보다 낮아질 일이 전혀 없다"면서 "이런 이젬에 유통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신규 수수료 체제로 갈아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가 요금제에 더 많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SK텔레콤이 먼저 시작했다. SK텔레콤은 6%를 일괄 적용하다 지난해부터 고가 요금제 가입시에만 1∼2%포인트를 추가로 제공한다. 5만원 미만 요금제에는 6%로 동일하고, 5만원~7만원 미만 요금제에는 7.5%, 7만원 이상일 경우엔 8%를 제공한다. SK텔레콤 역시 "고가 요금제를 유치한 대리점에 인센티브 차원에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요금제 상관없이 7% 요율을 적용한다.

    관리수수료와 별도로 이통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즉,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통한 고가 요금제 유도 관행은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8만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면 리베이트를 20만원 이상 주고, 3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3만~5만원 정도만 주는 식이다.

    서울 시내 한 대리점 관계자는 "대리점 실적은 통신사 개통 여부나 단말기 판매가 아니라 '가입자 요금제 레벨'로 평가된다"면서 "어느 회사나 실적 압박은 있겠지만, 대리점엔 고가 요금제 유치 여부나 정도가 밥줄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영세 유통점일수록 심하고, 일부는 직원에게 강매를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하소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앞서 LG유플러스는 말 그대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별도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 없이 무제한으로 LTE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 이상 후 소진되는 속도제한이 없다. 데이터 주고받기나 쉐어링 기능을 통해 한도를 업계 최대 월 40GB까지 제공한다. 통신사들은 고객이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소진하며 속도제한을 두었다. 트래픽 과부하를 막고 네트워크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역시 정부 방침에 따른 요금 인하가 아니라 '요금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8만원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11만원대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확대 개편한다지만, 6만 5000원대 요금제를 쓰고 있는 고객이 8만 8000원만 내면 속도나 데이터 제공 제한 없으니 옮긴다면 그게 요금 인하인가, 인상인가"라면서 꼬집었다.

    그는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도 10~11만 원대 요금제 고객이 8만 8000으로 옮기면 좋겠지만 5~7만원대 요금제 고객은 8만 8000원을 내야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것이고 SK텔레콤이나 KT는 이런 것조차 내놓지 않는다"면서 "계속해서 국민들 등골만 휘게 하는 정책을 통신 3사가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고가요금제'에 집착하는 이통3사의 행보가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방침과 연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의의 100일간의 통신비 인하 논의가 '빈손'으로 끝났음에도, 정부가 원칙대로 보편요금제 입장을 추진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3사가 정부 방침에 대한 자구책으로 고가요금제 혜택을 강화하거나 가입자 요금제에 따라 대리점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고가요금제 유도 방안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다만 통신사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되고,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등을 시행한 데다 5G 투자 등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감소시키는 제 살 깎기 결정을 해야 하는 굉장한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대안'을 내놓으면 법제화하진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통신사들이 내놓는 방안이 정부가 추진하려는 보편요금제보다 훨씬 더 좋은 혜택이라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데, 통신사 대안 정부와 시민단체가 납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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