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개한 정보통신공제조합 채용비리 감사 결과 (자료=조합원 제공)
친구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받아온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까지 사퇴 분위기가 전혀 감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불거진 이래 수차례 성역없는 조사와 엄정한 조치, 부정 채용 취소 등을 지시했다.
따라서 최 원장의 거취 표명 역시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 부동한 입장이 작용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최근 과학기술정통부가 산하 기관 채용비리 문제 등에 취해온 유화적인 태도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달 과학기술정통부는 감독기관인 정보통신공제조합(공제조합) 정상호 이사장의
특혜 채용 의혹을 감사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이 자신의 딸로 알려진 A양 외에 조합원 자녀 3명에게 취업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었는데, 부실 감사 논란이 일었다.
우선, 정 이사장의 딸이라는 A씨의 취업 과정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두 사람이 부녀관계가 아니라는 서류만을 근거로 문제 삼지 않았다.
A양의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에는 '정상호의 장녀 A'라고 표기돼있다. 결혼식 사진에서 정 이사장은 A양의 손을 잡고 입장했고, 혼주석에 앉아 A양과 신랑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사진=조합원)
하지만 A씨의 결혼식 청첩장에는 A씨가 정 이사장의 장녀라고 명백히 표기돼 있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결혼식에서 실제로 정 이사장이 혼주 역할을 한 사실도 관련 증거물을 통해 확인이 됐다.
조합 안팎에서는 정 이사장과 A씨의 어머니가 사실혼 관계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과기정통부의 추가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나머지 3명 가운데 2명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달 27일 정 이사장이 정보통신공사협회(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는데, 특혜 채용된 의심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바로 협회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의 자녀라는 것이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채용 당시 소위 명문대 출신의 쟁쟁한 지원자도 많았는데 자격요건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이 입사해 다들 의아해했다"면서 "'내 딸 입사시켜주면 회장하는 거 도와줄게'라는 딜이 오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렇게 4명의 특혜 채용 의혹 가운데 1명에 대해서만 정 이사장의 부당 지시로 조합원의 아들이 채용됐다며 조합측에 이사장을 수사의뢰할 것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1명의 특별채용 건에 대해 수사의뢰한 만큼 할 일을 다 했다는 입장이지만 정 이사장은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이번에는 금권 선거 의혹의 당사자가 돼 있다.
한 조합원이 정상호 이사장에게 금품을 받았다고 적은 자술서와 달러 사진 (사진=조합원 제공)
문제의 협회 회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고발된 것이다.
정 이 사장은 유권자 10여명과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선거를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 달러씩을 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정 이 사장에게 뇌물을 수수한 의심을 받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9명은 공교롭게도 선거 이후 협회 이사로 선임됐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협회를 감독한다는 명목으로 과기정통부 퇴직 관료를 상임 부회장으로 관례적으로 낙하산 임명해오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협회 사정을 잘 안다는 인사는 “과기정통부가 협회 내부의 적폐를 알고도 묵인하는 이유는 연봉 1억원 수준에 차량까지 제공받는 2년 임기의 본인들 밥그릇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회 상임 부회장으로 있는 차양신 씨 역시 과기정통부 퇴직 관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