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명박정부 당시 경찰이 인터넷 댓글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사이버요원뿐 아니라 보수단체 회원 수만 명까지 동원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경찰청 보안국 내부 문서를 보면, 경찰은 인터넷 여론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단계적 지침을 마련했었다.
(사진=이재정의원실 제공문건 캡처)
이명박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4월 18일 특별취급 인가를 받고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여론 대응을 위한 3단계 지침이 담겨 있다.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관심이 미미한 사안은 1단계로 보안사이버요원 88명을 투입해 주무부서 공식입장 등을 전달하고, 여론이 확산할 경우 2단계로 전국의 보안요원 1860명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
또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이 더 뜨거워진 3단계에서는 보안요원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보수단체 회원 7만7917명을 이용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보안국 내 담당자가 전 보안요원을 동원해 여론에 퍼뜨릴 내용을 정리하고, 보수단체 회원들에게는 투표 등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이 이용하려 한 보수단체는 당시 회원 수가 많았던 순으로 노노데모(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 등 23개 단체가 꼽혔다.
경찰은 이러한 지침을 마련한 이유로 "네티즌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왜곡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안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문건에 적었다.
아울러 경찰청 보안국은 넉달 뒤인 같은 해 8월 18일 '보안사이버 인터넷 대응 조치 계획'이라는 비공개 문건을 추가로 배포했다.
여기에서는 실제로 요원들이 어떻게 여론조작을 벌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대응방법이 단계별로 적시돼 있었다.
(사진=이재정의원실 제공문건 캡처)
먼저 다수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투표가 가능한 사안에 보안요원들이 실명 ID는 물론 차명 ID까지 이용하도록 지시했다.
또 보안사이버요원이 평소에 활동하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하라거나, '오피니언 리더격인 1인'에게 구두로 내용을 전달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사진=이재정의원실 제공문건 캡처)
이 과정에서 "인터넷 여론조작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포털 '다음'의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수정예 대응이 효율적"이라고 썼다.
경찰은 이러한 지시가 실제로 활용됐는지는 이번에 임호선 경찰청 기획조정관(치안감)을 단장으로 꾸린 특별수사팀에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