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발표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토지공개념을 놓고 때 아닌 '이데올로기'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개헌안의 경제 조항 가운데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은 19세기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통해 적극 주장한 경제철학이다.
헨리조지는 "토지는 태초부터 존재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거나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地代)을 개인이 사유해서는 안된다"고 다양한 예를 들어 설파했다.
헨리조지의 토지공개념을 담은 '진보와 빈곤'은 톨스토이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나 칼맑스의 '자본'처럼 당시 주류 경제학파인 '신고전주의'의 철저한 견제에 밀려 비주류 경제이론으로 취급돼 이후 명맥만을 유지해 왔다.
청와대의 토지공개념 강화 소식이 알려진 뒤 때아닌 '이데올로기'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 인정을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 여부 때문이다.
사실 현행 우리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의 기본 취지는 반영돼 있다.
헌법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런 헌법 조항을 기반으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좀 더 명확하게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즉, 토지 소유권에 대한 개인의 권리는 그대로 인정하되 토지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익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안 발표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청와대의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무엇보다 위헌 논란이 제기되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 재건축 조합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개헌안이 통과되면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참여연대를 비롯한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는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투기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의 기본 취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곳 밝혀왔다.
진보경제학자들도 선진국일수록 경관이나 토지이용, 환경차원에서 개인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고 과도한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부담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해 왔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나 국가 정체성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즉, 토지공개념은 기본적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사회주의 개념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토지공개념을 굳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는 이데올로기 이분법적으로만 규정한다면 사회주의적 개념에 가까운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이데올로기적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이념의 시대가 아니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세계화'라는 개념으로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닌 신자유주의가 어느 정도 퇴조한 상황이지만, 그로인한 경제적 불평등 확대는 지금 우리시대가 극복해야 할 최대의 과제이자 난제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잘못된 권력 행사나 지나친 규제 도입을 방치해서는 안되지만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위한 수단이 정당하다면 이데올로기적 이분법에 매몰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하겠다는 기본 취지가 땀흘린 노동의 댓가로 소유한 정당한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나친 이념적 해석이 아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실용적 해결 방안의 하나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아직 우리사회에 군사독재시절 그릇된 이데올로기의 잔재가 남아있고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모든 것을 '이념'대립으로 부각시키고 있어 토지공개념 강화 역시 쓸데없는 정치적 소모전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