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남측 기자단을 만나 전날 공연 취재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을 사과한 김영철 북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천안함'를 거론해 눈길을 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2일 남측 예술단의 전날 평양공연 당시 남측 취재진이 공연장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기자단에 따르면 김영철은 이에 앞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달리 북한이 지금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영철이 농담조의 인사말이었지만 남측 기자들 앞에서 예민할 수도 있는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등의 말을 꺼내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뒤 맥락을 보면 김 부위원장은 남측 기자들이 공연 취재를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를 보면 김영철이 본인을 소개하면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한 것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북 고위급 대표단으로 참석할 당시 보수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많이 제기했던 것을 감안한 '농담'조의 인사이거나 또는 이슈를 다루는 기자들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 정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음에도 당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으로서 직접 또는 포괄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김영철이 여유있게 농담하듯이 스스로 '천안함 주범'얘기를 꺼내든 것은 상당한 주목을 끈다.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철의 발언내용을 전해 들은 군도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두 단계 앞을 내다보고 한 발언일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스로 먼저 천안함을 여유있게 언급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계산이 깔렸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였던 2010년 5월 발표한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는 결론만 있을 뿐 배후로 거론됐던 김영철 당시 인민군 정찰총국장 이름은 언급돼 있지 않다.
통일부 역시 지난 2월 23일 김 부위원장 방남 관련 우려를 해명하기 위한 별도자료를 통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일으켰으며 김 부위원장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이 그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직접 주도 세력으로 사실상 정찰총국을 지목했던 것도 사실이다.
2009년 2월 인민군과 노동당에 흩어져있던 대남공작 기관들을 통폐합해 만든 게 정찰총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관 책임자는 김영철로 알려져 있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도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1월 국회에서 '천안함 피격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김격식과 김영철이 연평도 포격 사건 주범이 맞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소극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