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에서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을 부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어리둥절'. 레드벨벳의 '빨간맛' 공연을 본 북측 관객들의 표정은 문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레드벨벳은 3일 오후 평양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진행된 남북 예술인 연합무대에서 자신들의 히트곡 '빨간맛'을 선보였다.
앞서 진행된 1일 공연에서 박수가 나온 것과는 다소 다른 반응이었다. 노래 초반 객석이 술렁였다. 하지만 곧 평온해졌고, 신나는 리듬과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이 집중력 있게 공연을 관람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도 있고, 신중히 고민하는 듯한 표정도 있었다. 중간 중간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도 보였다. 주북 외교단 일부가 웃기도 하고 몸을 흔들기도 하는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북측 관객들은 어려워하는 듯 보였지만, 그럼에도 노래가 끝나자 레드벨벳에게 힘껏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이 펼쳐졌다. 가수 강산에가 공연 중 돌아가신 이북출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강산에가 '라구요'를 부를 때는 눈물을 흘리는 북측 관객을 볼 수 있었다. 두만강이나 흥남부두와 같은 북측 지명이 나오자 아는 단어가 나와서인지 관객들의 반응이 밝아졌다. 하지만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일부 있었다. 한 여성 관객은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두 손 가슴 앞에 깍지를 끼기도 했다.
강산에 역시 노래를 하면서 눈가와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그는 노래를 마친 뒤 "오늘 이 자리가 감격스럽다.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도 생각난다"며 "방금 들려드린 노래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였는데, 데뷔곡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뭉클하다. 가슴 벅찬 이 자리, 왔을 때부터 많은 분들이 …"라고 하다 말을 못 잇고 눈물을 흘렸다. 강산에의 눈물에 관객들은 격려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강산에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편, 아내와 각각 생이별하고 거제에 정착했다. 같은 피란민 처지인 두 사람은 가정을 꾸렸고, 강산에와 그의 누나가 거제에서 태어났다. 강산에는 남측 예술단 공연에 합류한 후 “실향민인 부모님이 살아생전 못 가보신 곳을 전후 세대인 제가 가수가 돼 그 역사 속으로 가니 뭉클하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YB밴드는 북측 관객들의 웃음보를 빵 하고 터트렸다. 윤도현이 "삼지연관현악단이 정말 훌륭하더라"며 "YB와 삼지연관현악단이 합동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남쪽과 북쪽에서 공연하고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자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윤도현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서로 마음을 다해 다가가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밴드의 노래 '1178'을 불렀다. '처음엔 우리는 하나였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거리인 1178㎞를 의미한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예술인들의 연합공연무대에서 남북 가수들이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관객들에게 가장 길고도 큰 박수가 쏟아진 순간은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를 부른 뒤였다. 이날 공연의 대미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가 장식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이 편곡한 곡으로 남북 출연진들이 합창했다.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목메여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라는 가사에서 사회를 맡은 서현이 눈물을 흘렸다. 이어 북측이 남측에 꽃다발을 전해주자 큰 함성이 나왔고, 인사를 하니 객석에서 또 큰 함성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서현과 북측 가수 김주향은 마주보며 눈물 웃음을 지었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이 펼쳐졌다.개별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합동으로 '우리의 소원'을 부르자 북한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박수는 끝나지 않고 10분 넘게 이어졌다. 관객 전원이 기립해 손을 들고 환호하거나 박수를 계속 보냈다.
공연을 본 북측 관객은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 사이에 빈 공간만 남았다'는 가사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아무 것도 없다. 우린 통역이 필요 없지않나. 근데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잖아"라는 소감을 남겼다."
알제리에서 온 유엔 직원은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남북 합동공연 처음 봤다. 남북이 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공연이 훌륭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