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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리뷰] 北 녹인 南 노래…왈칵 '봄이 온다'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녹화방송…북측 관객 경계 풀어가는 여정 오롯이

    (사진=방송 화면 갈무리)

     

    남북 문화예술인들이 오랜 기간 끊겼던 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 물길로 흐르기 시작한 노래, 그 곡들에 담긴 정서와 감정은 남북이 하나의 겨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지난 1일 평양에 있는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 녹화분이 5일 밤 지상파 3사 등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남측 가수들의 노래가 더해질수록 경계를 풀어가는 북측 관객들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이날 공연은 이제 남측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신구 가수들이 어루러져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광경을 선사했다.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노래의 힘을 남측 시청자들에게도 새삼 확인시키는 계기였다.

    '봄이 온다'는 주제를 몸짓으로 나타낸 오프닝 무대에 이어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가수 정인의 첫 무대가 펼쳐질 때만 해도, 카메라가 비추는 북측 관객들은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간주나 노래가 끝날 때만 박수를 치는 분위기였다.

    (사진=방송 화면 갈무리)

     

    가수 알리의 솔로곡에 이어, 앞서 무대를 가진 정인과 알리가 듀엣곡을 부르면서 공연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부른 백지영의 애절한 무대를 거치면서 관객들도 조금씩 경계를 풀어갔다. 백지영이 첫 곡을 마쳤을 때 웃음을 보이는 관객이 카메라에 잡혔다.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잊지 말아요' 가사가 흐를 때는 눈시울이 붉어진 관객도 보였다.

    이어진 강산에, YB밴드 무대에서 북측 관객들은 경직된 자세를 풀고 보다 자연스러워진 모습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강산에가 남북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라구요'를 부를 때는 고개를 앞으로 빼고 집중한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강산에가 부모님 고향인 북측 함경도 말을 가사에 녹여낸 '명태'를 이어 부를 때는 웃음을 보이거나 애써 웃음을 참는 관객들이 눈길을 끌었다.

    16년 만에 평양에서 다시 공연을 펼친 YB밴드가 첫 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록 버전을 마쳤을 때는 객석에서 큰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두 번째 곡 '나는 나비'에서는 관객들에게 "워우워어"라는 후렴구를 함께 외치도록 유도해 성공하기도 했다.

    ◇ 가수도 관객도 눈시울 붉힌 이별…"겨울 이겨냈기에 따듯한 봄이"

    (사진=방송 화면 갈무리)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 무대는 북측의 공연 관람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관객들은 첫 곡 '빨간 맛'과 두 번째 곡 '배드 보이'가 흐를 때는 박수도 미동도 없이 무대를 지켜봤다. 하지만 노래가 끝났을 때와, 두 곡 사이에서 아이린이 숨찬 목소리로 소감을 말할 때는 큰 박수로 격려의 뜻을 전했다.

    이번까지 네 번째로 북을 찾은 가수 최진희가 무대에 오를 때 관객들은 길고 커다란 박수소리로 환대했다. 최진희는 "남과 북, 북과 남에서 모두 내 노래가 사랑받는다. 하나의 마음, 감정과 정서가 이어지는 하나의 민족이어서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이선희 역시 환호와 갈채를 받으며 등장해 노래를 마칠 때마다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때는 긴장을 푼 채 팔짱을 끼고 노래를 감상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선희는 "16년 전 평양공연이 내 가슴에 깊이 소중한 보물처럼 남아 있었는데, 두 번째 기쁜 순간을 맞게 해줘 감사하다"며 "남과 북이 더 많은 교류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함께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방송 화면 갈무리)

     

    이어 무대에 오른 조용필은 북측 요청으로 특별히 선곡한 '그 겨울의 찻집'을 첫 곡으로 마친 뒤 다음과 같이 소감을 전했다.

    "2005년,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평양에 와서 공연을 했다. 그때 평양에서 많은 분들이 내 음악과 노래를 통해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했다. 그때보다 더욱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는 심한 감기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열창하며 갈채를 받았다.

    이날 사회를 본 서현은 북측 인기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러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노래를 마친 그는 "추운 겨울을 견뎌야 봄이 찾아오듯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에 따듯한 봄을 느낄 수 있다"고 끝인사를 건넸다.

    끝으로 이날 무대에 올랐던 모든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른 데 이어 '다시 만납시다'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헤어짐이 아쉬운 듯 눈시울을 붉힌 북측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었다. 무대 위 레드벨벳 멤버 웬디가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도 카메라에 담겨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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