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전철 밟지 마라'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SK 김선형(왼쪽)과 프로 데뷔와 함께 챔프전에 나서는 신인왕 안영준.(자료사진=KBL)
프로 2년차, 패기로 덤볐다가 쓰라린 아픔을 맛봤던 기억은 어느덧 값진 경험이 됐다. 이제 5년이 지나 원숙한 중고참으로 첫 우승에 재도전한다. 그때의 좌절이 있었기에 후배에게 진정한 조언을 건넬 수 있다.
프로농구 서울 SK 가드 김선형(30·187cm)과 포워드 안영준(23·195cm)다. 프로 7년차와 신인인 둘은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SK는 4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 4강 플레이오프(PO) 원정 3차전에서 117-114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를 3승1패로 마치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8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와 우승컵을 놓고 쟁패한다.
둘의 활약이 컸다. 김선형은 이날 양 팀 최다 9도움(7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안영준도 고비마다 3점슛 3방을 포함해 16점에 6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SK와 김선형에게는 2012-2013시즌 이후 5년 만의 챔프전 진출이다. 당시는 쓴맛을 봤다. SK는 그 시즌 44승10패로 역대 최고 승률(8할1푼5리)을 썼지만 챔프전에서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4전 전패로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당시 모비스는 양동근과 함지훈이 절정의 기량을 뽐낼 때였고, 이후 사상 첫 3연속 챔프전 우승을 일궈냈다.
2012-2013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당시 최고 선수 양동근과 대전한 SK 김선형.(자료사진=KBL)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SK도 경험이 쌓였다. 문경은 감독도 "(2012-2013시즌) 당시에는 나부터 초짜였고 신인이었고 큰 경기에서 어떤 운영할까 생각이 앞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기세등등해서 올라왔고 목표 의식도 뚜렷하다"면서 "상대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그때와는 전혀 다른 챔프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프로 두 번째 신인이던 김선형의 각오도 남다르다. 4강 PO 4차전 뒤 김선형은 "경험이 쌓여서 5년 전과는 다른 재미있는 챔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에둘러 드러냈다.
그런 만큼 첫 챔프전에 나서는 안영준에게 들려줄 조언이 적잖다. 김선형은 "4강전 때도 영준이에게 얘기해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나는 4강전과 챔프전을 다르게 생각했다"면서 "좀 더 챔프전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뭔가 압박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큰 경기라는 생각에 부담감에 사로잡혔던 것. 김선형은 "그때는 어린 나이였고 경험해보니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 했다는 느꼈다"면서 "4강전, 챔프전에 의미를 부여하면 위축되고 잘안 풀리면 머리에 남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때문에 정규리그의 한 경기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면서 "영준이가 신인답지 않게 잘해서 그때의 나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SK 안영준이 지난달 DB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레이업 슛을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KBL)
후배도 선배의 충고에 화답했다. 안영준은 "선영이 형이 정규리그 때부터 자신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챔프전에 대해 긴장은 안 되고 평소처럼 하려고 한다"면서 "거기에 신경을 쓰면 몸에 힘도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자신감 있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신인왕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김선형은 "DB에는 김주성, 윤호영 형 등 경험을 갖춘 최고 선수들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5년 동안 나와 최부경, 변기훈 등 어렸던 선수들이 이번에는 달라졌고 상대보다 무서운 신인도 있어서 공격력도 훨씬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영준도 "신인인데 챔프전에 뛰게 됐다"면서 "형들에게 힘을 보태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과연 5년 쓴맛을 봤던 김선형의 충고가 신인 안영준을 일으켜 우승의 결실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