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기식 금감원장의 해외출장 논란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금융개혁을 총괄할 금융수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갔으니 '도덕성 논란'은 당연하다고 할수 있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공적인 목적으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나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고 사과했지만 야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을 갔다는 점도 문제지만, 출장 중에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과 콜로세움을 찾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거짓말 논란도 추가됐다.
김 원장의 해외출장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태도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의 로비성 출장에 대해 "명백히 로비이고 접대"라면서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먹고, 체제비 지원 받는 것, 이거 정당합니까"라고 목청을 높였었다.
더군다는 김 원장은 해외 출장을 갈 무렵 부정청탁을 엄격히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자신의 출장 목표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지만, '내로남불' 태도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다.
'내로남불'은 공세를 펴는 야당도 똑같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김기식 금감원장 관련 정치자금 땡저리 외유 및 갑질고액 강좌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원장에 대해 잇따라 폭로하면서 공세 대열의 최전방에 나섰지만, 자기 도끼에 자기 발등을 찍게 됐다.
김 원내대표도 김 원장과 비슷한 형태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 역시 과거 2015년 두 차례(한차례만 피감기관서 금액 지원)에 걸쳐 한국공항공사를 통한 나홀로 출장과 보좌진 대동 출장을 갔다"며 맞불을 놨다.
김 원내대표도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갔으니 본인 말대로라면 스스로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공항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를 협의하고 국토부 숙원사업인 국립항공박물관 건립을 위한 출장"이라는 게 이유인데 김 원장도 출장 명분은 있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서울시장에 나온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도 해외출장 논란에 가세했지만, 불똥이 자신에게 튀게 됐다.
본인도 과거 카이스트 교수 재직시절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갔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은 "카이스트로부터 제출받은 출장 내역을 보면 안철수 후보와 김미경 교수의 부부 동반 출장이 5건 중에 4건은 유학중인 딸을 방문하는 등 지극히 개인적인 외유성 출장이 의심되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국립대학인 카이스트의 돈으로 출장을 갔다면 국민 세금과 마찬가지라는 게 우 의원의 주장이다.
해외출장 논란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촌극이 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를 못맞추고 있는 것은 여야 마찬가지인데 서로 잘했다고 삿대질만 하니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간한 '2017년 한국의 사회지표' 결과를 보면, 국회 신뢰도는 예외없이 꼴찌였다. 그것도 4점 만점에 1.8점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중 유일한 1점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