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사임 의사를 밝힌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자료사진=노컷뉴스)
'한국 빙상의 대부'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55)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대신 또 다시 사퇴를 택했다. 다만 연맹을 영구히 떠날 의사를 보였다.
연맹은 11일 "전명규 부회장이 오늘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이후 1년여 만이다.
전 부회장은 사임서에서 "연맹 임원으로 더 이상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으며, 연맹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빙상과 관련한 모든 보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연맹은 "정관상 임원이 사임서를 제출하면 바로 사임한 것으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 부회장은 연맹을 통해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의 진위 여부를 떠나 빙상을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연맹과 관련된 어떠한 보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 부회장은 또 "사임과 상관없이 현재 진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연맹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며 당초 오는 13일까지였지만 30일까지로 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전 부회장은 2014 소치올림픽에서 안현수(빅토르 안)의 러시아 귀화와 남자 쇼트트랙 부진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지난해 2월 3년 만에 연맹에 복귀했다. 연맹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빙상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 부회장을 재영입했다.
빙상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금메달 5개 중 4개를 수확해내며 효자 종목임을 입증했다. 쇼트트랙에서 3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1개가 나왔다. 한국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고질적인 논란이 이번에도 불거졌다. 대회 전 연맹의 행정 실수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가 출전하게 된 노선영이 전 부회장의 주도로 일부 선수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폭로했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는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져 청와대에 빙상연맹을 처벌하라는 국민 청원 동참이 61만 명을 넘었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이 전 부회장을 표적으로 삼아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전 부회장은 의혹에 대한 해명 대신 사퇴를 택했다. 1992년부터 한국 빙상을 이끌어왔던 대부의 씁쓸한 퇴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