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20일 졸속 추진이라는 논란 속에 결국 시행됐다.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지난 민선 6기 지방선거 공약으로 2015년 3월부터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그러던 지난해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수도권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잇달아 추돌사고를 일으키자 준공영제 추진이 본격화됐다.
1일 16~18시간씩 근로하던 경기 지역 버스 기사들의 격일제 근무가 준공영제의 실시로 1일 최대 9시간만 근무하는 1일 2교대제로 전환됐다.
시행에 앞서 준공영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재정지원 부정수급, 운전기사 부정채용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재정지원금 부정 수급 시 부정수급액 환수, 성과이윤 지급제한, 준공영제 대상 제외 또는 중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기도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도 지난 1월 11일 공포됐다.
이 조례는 노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운행횟수 위반, 임의 감차 등 버스회사 귀책사유로 인가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운송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
버스회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 회계 전문기관이 버스회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매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운행과 경영실태도 점검하도록 했다.
◇ 취지 좋은데 졸속 추진 논란 왜?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인천 등 6개 광역시처럼 공공기관이 수입금을 관리하고 운행실적에 따라 원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입석률을 낮추고 운전자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 광역버스 운행의 안전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대신, 지자체는 예산 지출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이번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노선이 있는 24개 시·군 1천70여 개 노선 중 14개 시·군 15개 버스업체 59개 노선 637대의 광역버스만 참여한다. 전체 광역버스의 3분의 1만이 시행하는 셈이다.
올해 예산은 202억 원이다. 경기도와 참여 시·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시·군은 양주, 용인, 하남, 구리, 남양주, 포천, 가평, 파주, 광주, 의정부, 의왕, 과천, 군포, 안양 등 14개 시·군이다.
참여하지 않는 지자체는 고양, 성남, 수원, 화성, 안산, 부천, 시흥, 김포, 오산, 광명 등 대부분 대도시 지역 10개 시다.
수원시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버스 준공영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한번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면서 "전반적인 점검 없이, 사업 추진 의사가 있는 대도시까지 일방적으로 배제한 채 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조급함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3명의 경선 후보들도 준공영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해서는 안 될 실패할 엉터리 준공영제"라며 "다양한 버스 준공영제 형태 중 단순히 회사의 적자를 면해주고, 이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가장 나쁜 형태"라고 지적했다.
전해철 예비후보도 "고양·성남 등 인구 밀집 지역이 대부분 빠져 있고 광역버스 노선의 35%, 버스 대수의 32%만 참여했다"며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양기대 예비후보는 지난 11일 "남 지사가 '졸속 준공영제'를 추진하면 직무유기,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발하겠다"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아울러 "준공영제 참여 버스업체를 지원하는 근거인 '표준운송원가'가 과다 산정됐다"며 운수업체의 이익 과다 보장 등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가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만큼 7월 차기 10대 도의회의 7월 첫 임시회에 행정 사무조사 안건을 발의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하지만 경기도는 제기된 의혹들을 모두 반박하며 준공영제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운수업체의 이익 과다 보장에 대해서는 버스업계와 합의된 적정이윤(기본이윤+성과이윤)이 1만 7천 원으로 전국 준공영제 시행 지자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는 표준운송원가 과다 산정됐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그간 임금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CNG 버스 63만 3천612원, 경유 63만 2천205원으로 당초 경기연구원에서 제시한 표준운송원가보다 낮게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아주대 이철기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준공영제는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준공영제를 시행한다면 시간을 갖고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지자체가 다 같이 참여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