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은 1선발' LG 우완 임찬규가 9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투구를 펼치고 있다.(잠실=LG)
LG 우완 임찬규(26)가 또 한층 성장했다. 팀의 4선발이지만 에이스 못지 않은 책임감으로 '쌍둥이 군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찬규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롯데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 쾌투를 펼쳤다. 안타 8개를 맞았지만 삼진 5개를 솎아내며 1점만 내주는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사사구는 1개도 없었다.
귀중한 역투였다. 이날 LG는 임찬규의 호투를 발판으로 3-2로 이겼다. 지난달 29일 삼성전부터 이어오던 8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8연승 뒤 8연패를 당한 LG는 가까스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경기 후 "임찬규가 잘 던져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142km였지만 최저 105km의 절묘한 커브와 120km대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구사해 롯데 타자들을 잠재웠다.
경기 후 임찬규는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어서 똑같은 루틴으로 갔지만 무조건 연패를 끊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경기 전 박용택 형이 '오늘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봐서 '내가 죽든, 죽이든 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죽을 각오로 나섰다는 것이다.
LG 임찬규가 9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위기를 벗어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잠실=LG)
그러자 살았다. LG는 8연패 기간 1선발 타일러 윌슨, 2선발 헨리 소사, 3선발 차우찬 등 2차례 선발 등판했지만 이기지 못했다. 4선발인 임찬규가 팀을 구해낸 것이다. 임찬규는 8연패 중인 상황에 대해 "부담보다는 오히려 나한테 기회라 생각했다"면서 "그 전에 형들이 잘해줘서 묻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해보자 그런 생각만 갖고 올라갔다"고 밝혔다.
첫 풀타임 선발이던 지난해보다 심신이 부쩍 더 자란 모습이다. 임찬규는 지난해 27경기 등판, 6승10패 평균자책점(ERA) 4.63의 성적을 냈다. 올해는 8경기에서 벌써 5승(3패) ERA 3.92다. 당당히 팀내 최다승이다.
임찬규는 "지난해 5월까지 4승(2패)을 했다"면서 "올해도 좋지만 지난해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일상 생활도 마운드에 맞춰서 유지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6월 이후 2승(8패)에 머물렀다.
안정감을 찾은 느낌이다. 임찬규는 "지난해는 투구 매커니즘이 확고하지 못했다"면서 "조금 안 좋으면 폼을 바꾸고 하다 보니 성적이 내려갔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해는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내 걸로 만들 생각"이라면서 "전체적인 폼과 밸런스는 꾸준히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8연패를 끊었으니 다시 연승을 해야죠"라며 입을 앙다물었다. 스스로를 "5선발"이라고 말하는 임찬규. 그러나 그 책임감은 여느 에이스 못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