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테나 제공)
2005년 12월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슈퍼판타스틱(Superfantastic)'이 수록된 1집 '컬러풀 익스프레스(Colorful Express)'로 대중의 귀에 신선한 자극을 준 밴드. 이후 경쾌하고 명랑한 '뉴테라피음악'을 표방하며 꾸준한 음악 활동을 펼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정규 6집으로 돌아왔다. 2014년 8월 5집 '하이파이브(HIGH-FIVE)'를 선보인 이후 3년 9개월 만에 공들여 만든 음악들을 둘러 담은 새 정규 음반을 들고 온 두 사람. 6집 '롱웨이'는 '긴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웰메이드 서사로 구성된 옴니버스 앨범이다.
"3년 9개월 만의 정규 앨범이에요. 라이브 공연도 하고 방송도 해서 활동이 없었던 건 아닌데 긴 시간 공들여 만든 음악을 들려 드리는 게 오랜만이라 떨리네요"(신재평)
"오래된 노래들로만 공연을 하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새 앨범을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새 정규 앨범을 들고 팬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돼 기쁘고, 앞으로 공연할 때 새로운 곡을 들려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요" (이장원)
최근 서울 신사동에 있는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페퍼톤스 멤버들의 말. 이번에도 역시 작사, 작곡, 편곡, 레코딩, 믹싱까지 모두 직접 소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트랙들을 하나의 테마 안에 짜임새 있게 엮은 두 사람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6집 앨범명이 '롱웨이'다. 신재평(이하 신)="총 8트랙 중 가사가 있는 트랙이 7트랙인데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사람,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람, 그리고 멀리 날아가는 철새, 지구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다시 돌아가는 외계인 등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볍고 경쾌하게 떠나는 1박2일 수준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돌아올 기약이 없는 편도 여행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다가 제목을 '롱웨이'로 정하게 됐다"
▶3년 9개월, 새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 신="하고 싶었던 것들을 쏟아내고 난 뒤 빈 그릇을 채우는 시간들을 보냈다고 할까. 무엇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싶지 않았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앨범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린 거다"
신재평
▶곡 작업을 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이장원(이하 이)="이제껏 발표한 곡들은 저희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차별화를 두고자 가상의 주인공을 설정하기로 했다.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씩 들려주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다큐멘터리 보다가 떠올린 경우도 있었고, 여행을 떠났을 때 생각난 아이디어들을 발전시킨 경우도 있었다"
신=한곳에 정착해 머물러서 차분하게 지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어딘가를 향해 나아갈 때만 느껴지는 색다른 기분 같은 게 있지 않나. 실제로 제가 미국에 갈 일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안테나 공연 때문이었는데 그때 5번 트랙 '카메라' 가사를 적었고, 서부 쪽에 갈 일이 있었을 때는 2번 트랙 '카우보이의 바다' 얼개를 잡았다"
▶음악적으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신="활동 초창기에는 꽉꽉 채우려고 했었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고 라이브에서 똑같은 소리를 재현해내기 위해 5집 때 극단적으로 간단한 구성을 했다. 이번 음반은 중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만큼은 아니지만 편곡적으로 예전 느낌을 살리려고 악기들을 많이 썼고, 서사적인 부분을 받쳐주기 위해 웅장한 느낌을 더하려고 했다"
▶안테나 동료 이진아가 4번트랙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 보컬로 참여했다. 이="가장 마지막으로 녹음했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던 곡이다. 사실 원래 외부 아티스트와 하려고 했다. 회사 식구와 하면 뭔가 간단하게 작업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웃음). 많은 목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가장 잘 맞는 게 진아의 톤이더라.
사실 5집에도 진아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스커트가 불어온다'라는 곡이다. 당시 진아가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세상에 더 알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앨범에 이진아의 목소리를 담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자랑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진아를 먼저 캐치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미소)"
이장원
▶어느덧 햇수로 데뷔 15년차다. 신="그렇다. '15년차 중견 밴드'라는 타이틀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강하게 느끼고 있다. 안테나에 속한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음악은 다양하고 어법이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한다. 도태되면 안 된다, 유연하게 잘 헤쳐 나가야 한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항상 가지고 음악하고 있다"
▶최근 '건반위의 하이에나'에 출연했는데 어땠나. 신="어떻게 보면 저희의 진짜모습을 다룬 방송이었다. 이제껏 기회가 닿았던 방송들과 다른 느낌이었다. 제작진 덕분에 춘천 소재 학교를 빌려서 녹음할 수 있었는데, 상상만 하고 있던 일이 현실화되어 재밌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아달라. 신="'카메라'라는 곡이 사운드적으로 봤을 때 다른 곡들과 작법이 다르다. DJ가 음악을 만드는 작법에 의거해 쓴 곡인데 회사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다른 곡들과 이질감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좀 했었다. 마지막까지 수록여부를 두고 고민한 곡이기도 한데 결과적으로 보면 수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희열 대표는 새 앨범을 접하고 어떤 코멘트를 하던가.
이="'너무 좋다', '웰메이드 앨범이다', '페퍼톤스의 음악의 결정체다'라고 하셨다. (웃음). 농담이 아니라 저희를 정말 많이 존중해주시는 분이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안테나에 합류하게 전 (유)희열이 형이 저희 팬 카페 회원이셨다. 닉네임이 아마 '손수건 왕자'였을 거다. 한 번은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가입을 못하신 적도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인연이 되어 함께하고 있는데 지금도 팬의 자세를 유지하고 계시다. 그래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저희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신다"
▶어떤 성과를 얻고 싶은가. 신="성적에 연연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음악들이 어떤 반응을 불어일으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대표곡으로 꼽히는 '행운을 빌어요'가 작별에 대한 노래인데, 수능생들이 듣는 음악으로 쓰이기도 하더라"
▶페퍼톤스만의 음악적 철학이 있다면. 이="활동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마냥 즐거운 음악을 했다. 그런데 점점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느낌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태도는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난 너무 슬퍼' 같은 감정은 앞으로도 내지 않을 거다"
신="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음악을 만들었는데 들어주시는 분들이 '내 삶에 많은 도움이 됐다',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렸다', '여행갈 때 들었더니 잘 어울려서 좋았다' 등의 피드백을 해주시더라. 그런 피드백이 저희를 만들고 있다. 저희의 철학 안에서 비틀고 바꾸며 꾸준하게 지금의 색깔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혹시 다음 앨범도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신="일단 새 앨범으로 길게 가보자는 생각이 있다. 30대가 가기 전 앨범을 한 장 더 내면 좋겠지만, 조바심은 없다. 백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음악을 하는 게 목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