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구속된 건 알았지. 월급? 지급된 건 몰랐지. 염병...그건 말도 안 되지"
제7회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가운데 눈에 띄는 군(郡) 두 곳이 있다.
현직 군수(郡守)가 자리를 비운 경남 함양군과 함안군이다. 두 군은 전국 82곳의 군 중 현직 군수가 구속돼 부군수가 직무대행을 하는 곳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차정섭 경남 함안군수는 뇌물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7년 5월 구속됐다. 차 군수의 구속으로 지난해부터 함안군의 신규 사업 추진은 멈춘 상태다. 연말에 있었던 공무원 인사도 소폭으로 진행됐다. 부군수는 새로 부임할 군수를 고려해 중요 결정을 최소화 하고 있다.
임창호 경남 함양군수는 승진을 대가로 부하직원에게 총 4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다. 임 군수는 앞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위상실형인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부구수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군수는 여전히 차 군수와 임 군수다. 비리 혐의로 구속은 됐지만 두 군수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월급도 계속 지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장 보수 규정상 군수는 구속되더라도 최종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급여의 일부를 지급받는다. 구속 후 첫 3개월까지는 월급의 70%, 4개월부터는 월급의 40%를 받는다. 최종 유죄가 선고 돼도 구속 상태에서 받은 월급을 환수할 수 없다.
현직 군수가 구속돼 있는 경남 함안군의 군청사. 직무대행중인 부군수는 인터뷰를 꺼려했다.
지난 4월 임 군수는 월급의 30%가 삭감된 540만 원을 받았다. 차 군수도 본봉의 40%와 50% 삭감된 가족수당을 합쳐 294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군민들은 개인 비리로 구속된 두 군수가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구속됐는데 월급이 나와요? 안 나오잖아요? 구속영장이 떨어져도 월급이 나온다고? 월급을 받고 있다고? 여기 사람들은 다 모를 것 같은데요?"
함양중앙상설시장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노씨(남‧65)는 비리로 구속된 군수에게 월급이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노씨는 최종 유죄 판결이 나도 받은 월급을 환수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그거 나 좀 줘라고 해요. 우리같이 못사는 사람들. 일도 안하고 500만원을 받다니 그건 진짜 너무했죠. 우린 오늘 일 안하면 못 먹고 살아요"
경남 함양군 읍내에 있는 함양상설시장. 이곳에서 만난 사람 대부분은 구속중인 군수가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읍내 병원진료를 왔다는 이씨(78‧여) 반응도 비슷했다. 이씨는 "시장에서 나물을 하루 종일 팔아도 몇만원을 못 버는데 500만원이라니..." 이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월급을 되돌려 받지도 못해요? 염병, 그건 말도 안 돼죠"
환수를 못 받는다는 설명을 덧붙이자 이씨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이씨는 "왜 그런 것을 기자들이 노인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았냐"며 도리어 취재진을 혼냈다.
젊은 사람의 반응도 비슷했다.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박씨(여‧36세)는 "그런 것도 법으로 정해져 있나요? 군 세금으로 주는 건데 유죄가 나오면 당연히 환수해야 되는거 아니에요"라며 되물었다.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이냐'란 질문에 박씨가 생각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제 제발 돈이 없더라도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이 군수가 돼 지역에 망신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책도 공약도 의미가 없어졌다. 이곳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깨끗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