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하자' NC는 올 시즌 도중 명장 김경문 감독이 물러나고 KBO 리그 최초로 단장 출신 사령탑이 뒤를 잇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이후 한 달 NC는 나름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사진은 선수들이 경기 전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NC)
"쉽지가 않네요."
NC는 지난달 3일 밤 사령탑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올 시즌 최하위로 처진 데 대한 분위기 쇄신 차원이었다. 그러나 명장 김경문 감독과 프런트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 감독이 물러난 NC는 예상 밖의 결정을 내렸다. 남은 시즌 지휘봉을 유영준 단장에게 맡긴다는 것. KBO 리그에서 단장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최초다. 물론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더러 있었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전무한 일이었다.
감독대행을 맡은 유 단장은 프로 선수나 지도자 경력이 역시 전무했다. 실업 한국화장품에서 포수로 활약한 유 감독대행은 장충고에서 감독 생활을 한 바 있다. NC가 창단한 2011년부터 스카우트로 합류해 나성범, 박민우 등을 발굴했다.
그런 유 대행이 팀을 맡은 지 한 달이 지났다. 과연 NC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완전히 '초보 사령탑'인 유 대행은 어떻게 팀을 꾸려왔을까.
5일 LG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원정을 앞둔 유 대행에게 한 달 동안 사령탑을 맡아온 소회를 물었다. 유 대행은 "역시 쉽지가 않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김 감독의 사퇴 당시 NC는 20승39패로 승률 3할3푼9리에 머물러 있었다. 유 대행이 팀을 맡은 뒤에도 연패가 이어졌다. 경남 라이벌 롯데에 2연패를 안았다. 세 번째 경기에서야 천신만고 끝에 5 대 4로 역전승하며 5연패를 끊어냈다.
유 대행 체제 이후 NC는 한 달 동안 10승14패(5일 경기 포함)를 기록했다. 승률 4할1푼7리다. 물론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감독 교체의 홍역을 겪고 마무리 임창민이 수술로 시즌을 접는 등 전력이 적잖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전한 셈이다.
유영준 NC 감독대행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자료사진=NC)
유 대행은 "장충고 시절과 프로 사령탑은 완전 다르더라"고 운을 뗐다. 경기 운영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 대행은 "아마추어 때는 대회 기간에 집중하면 되지만 프로는 매일 경기"라면서 "지면 끝인 토너먼트에서는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프로는 그럴 수 없더라"고 돌아봤다.
전력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대행은 "프로야구는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더라"면서 "만약 힘들다고 판단이 되면 '내일도 경기가 있으니까' 생각으로 툭툭 털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약 조절의 팁은 선수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유 대행은 "투수 구창모나 이민호 등 젊은 투수들은 강력한 구위를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만으로 경기를 치를 순 없다"고 짚었다. 이어 "힘을 빼고 던져야 할 때도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면서 "선수들에게 강하게 나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필요하다고 얘기해준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 NC가 가을야구에 도전할 상황은 아니다. 유 대행의 역할은 남은 시즌을 무난하게 치르는 것이다. 유 대행은 "내년 훌륭한 감독이 오실 때까지 팀을 온전히 이끌어야 한다"면서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새로운 전력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NC는 최근 새 얼굴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
어수선했던 팀이 한 달 동안 많이 정리된 분위기다. 외야수 김성욱은 "사실 (김경문) 감독님이 물러나실 때는 부상 재활로 팀에 없었다"면서 "이후 복귀하고 보니 팀이 이제 많이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행은 한 달 동안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나흘의 올스타 휴식기 동안 가질 선수단 모임을 위해서다. 유 대행은 "경기 일정이 계속 있어 선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서 얘기할 기회가 없더라"면서 "전반기가 끝난 뒤 모임을 갖고 선수들에게 그동안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들의 의견도 허심탄회하게 들을 예정이다. 올 시즌 팀에 급격한 변화가 닥친 만큼 소통으로 문제가 있다면 해결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다시 대권에 도전할 내년 시즌 이후를 위한 플랜이다.
'잘했어!' NC가 5일 LG와 원정에서 5 대 3 승리를 확정지은 뒤 김성욱(왼쪽부터) 유영준 감독대행, 권희동, 전준호 코치 등 선수단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NC)
그렇다고 해도 승부는 승부다. 유 대행은 "팀에 변화가 많고 새 선수들을 발굴한다고 해도 경기는 이겨야 한다"면서 "NC가 창단 뒤 최하위로 시즌을 끝낸 적이 없는데 그런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NC는 LG에 5 대 3 역전승을 거뒀다. 6회까지 1 대 3으로 뒤지고 있다가 7회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유 대행은 대타 이상호 투입과 두 번의 히트 앤드 런 등 세 번의 작전이 모두 적중했다. 올해 가을야구가 유력한 LG에 그래도 7승7패 호각을 이루며 자존심을 세웠다.
경기 후 유 대행은 "그대로 가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서 7회 작전을 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날 7회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를 날린 김성욱도 "비록 가장 밑에 있지만 1승, 1승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4번의 한국시리즈(KS) 준우승, 그리고 최근 4년 연속 공룡 군단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명장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NC. 그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았지만 초보 사령탑 유영준 감독대행의 한 달 동안 일단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창단 이후 승승장구하다 첫 아픔을 겪었던 NC의 내년 도약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