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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 고척돔에서만 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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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스타전, 고척돔에서만 하면 안 될까요?"

    '고척에선 이게 걸리네' 지난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가족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불꽃놀이를 바라보고 있다.(울산=롯데)

     

    "앞으로 고척돔에서만 하면 어떨까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올스타전'에 나선 선수들의 말이다. 물론 농담이 다분히 섞였지만 푸념을 허투루 들어넘기기에는 뼈가 있었다.

    올스타전이 열린 13, 14일 울산 문수구장은 최고 기온이 37도에 이르렀다. 습도까지 높아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다. 오후부터 올스타전 행사가 시작돼 선수도, 팬들도 땀에 흠뻑 젖었다.

    특히 팬 사인회가 열린 오후 3시께는 더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문수구장은 인조잔디로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더해졌다. 이대호(롯데), 박병호(넥센), 김현수(LG) 등 올스타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열심히 사인을 하며 팬들과 사진을 찍었다.

    사인회를 마친 이재원(SK)은 "그래도 올스타전에 나갈 힘은 남아 있다"고 웃으면서도 "정말 너무 덥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대호는 "와주신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면서 "그러나 너무 더워서 팬들도 고생"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올해는 장마가 예상보다 일찍 물러가면서 무더위도 열흘 정도 빨리 찾아왔다. 때문에 선수와 팬들이 무더위 속에 올스타전을 맞았다. 1만1500명 만원 관중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채질을 하는 관중석은 흡사 나비떼가 한꺼번에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워도 대호 형 볼 수 있다면' 롯데 이대호가 14일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한 남성 팬의 티셔츠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둘 모두 땀에 젖어 있다.(울산=롯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는 있다. 분명 올해 무더위는 예년보다 빨랐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잦아지는 터라 올스타전이 열리는 7월에 이른 더위가 또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정규리그 때는 너무 더우면 경기 전 훈련을 취소할 수 있지만 올스타전은 팬 사인회 등의 행사가 핵심이다.

    선수들의 고충도 적잖다. 비록 팬들을 위한 올스타전이지만 정규리그 대장정 사이에 오아시스 같은 휴식기다. 원기를 회복해 후반기를 도모해야 할 때 자칫 무더위 올스타전은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대호도 홈런 레이스 결승에서 우승한 뒤에도 "많이 홈런을 치려고 했지만 너무 더워서 힘이 빠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이 고척돔 올스타전을 바라는 이유다. 고척돔은 무더위나 비 등 날씨에 관계 없이 올스타전을 치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2016년 올스타전이 열려 호평을 받았다. 선수나 팬들 모두 쾌적한 환경에서 잔치를 즐길 수 있다.

    KBO로서도 난감하다. 올스타전은 그야말로 최고 인기 선수들이 모이는 '별들의 잔치'다. 때문에 그동안은 규모가 큰 잠실이나 사직구장 개최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포항, 광주, 대구 등에서도 열렸다. 신축 등 개장 구장에 우선권을 준 것도 있지만 지방 팬들에게도 올스타전 직접 관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고척돔이 적격이지만 전국의 야구 팬들을 생각해야 한다. 또 1만7000 석이 채 되지 않는 고척돔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선수도, 팬들도 쾌적하게' 2016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한 모습.(자료사진=넥센)

     

    더군다나 구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후원도 올스타전 개최의 주요 배경이 된다. KBO 관계자는 "이전에는 올스타전 비용을 KBO가 90% 정도 부담했지만 최근에는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들의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년 올스타전은 NC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 마산 개최가 유력하다. 신축구장이 개장하는 까닭이다. KBO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신축 구장의 붐 조성을 위해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게 최근 추세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의 '올스타전 고척돔 고정' 바람은 그야말로 바람으로만 끝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올스타 휴식기가 일주일로 늘어나 선수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무더위 속에 올스타전을 치러도 회복할 시간이 된다. 더욱이 신축 마산 구장은 천연 잔디라 올해보다는 열기가 덜할 전망이다.

    다행히 올스타전은 팬들에게 더위를 잊게 할 만했다. 나눔 올스타는 김하성(넥센), 재러드 호잉(한화), 유강남(LG) 등이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드림 올스타는 노수광(SK)의 오토바이 헬멧 착용, 외야수 강백호(kt)와 투수 박치국(두산), 장필준(삼성) 등의 이른바 '이도류' 출전 등으로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그렇다고 해도 KBO가 선수들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그라운드가 아닌 그늘진 경기장 바깥이든, 실내든 장소를 변경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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