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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호각' 두산-LG, 왜 이렇게까지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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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호각' 두산-LG, 왜 이렇게까지 벌어진 걸까

    '잠실 라이벌은 옛말?'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두산과 LG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거의 호각을 이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LG가 두산을 만나 11번을 모두 졌다. 사진은 지난 1일 10번째 경기에서 두산 3루수 허경민(왼쪽)과 LG 내야수 김현수가 접전을 벌이는 모습.(사진=LG)

     

    벌써 올해만 11번 만나 11번 모두 졌다. 자칫 시즌 전패를 당할 수도 있다. KBO 리그 출범 첫 해인 1982년 이후 무려 36년 만의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시 삼미는 OB(현 두산)에 16전 전패를 안았다.

    '잠실 라이벌'이라는 말이 올해만큼은 무색하다. 두산이 LG와 대결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상대전 13연승을 달리고 있다.

    LG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과 원정에서 5 대 6으로 졌다. 다음 맞대결이 9월 20, 21일 2연전이니 지난 1년 동안 LG는 두산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왜 LG는 두산만 만나면 작아지는 걸까. 반대로 두산은 왜 LG만 만나면 성난 곰이 되는 걸까.

    ▲엄연한 전력의 차이?

    사실 최근 5년 동안 맞대결 성적을 보면 이렇게까지 기울어진 경우는 없었다. 9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3년은 8승8패 호각이었고, 2014년에는 LG가 8승7패1무로 근소하게 앞섰다. 10구단 체제가 출범한 2015년 8승8패였고, 최근 2년 동안은 두산이 9승7패와 9승6패1무로 앞섰다. 2012년에는 LG가 12승7패로 앞서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해 이처럼 차이가 확 벌어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에서 두산이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정상급 팀이지만 LG는 중상위권 전력에 한창 리빌딩이 진행 중이다. 한 마디로 전력의 최정점에 있는 두산과 불안정하지만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LG인 것이다.

    두산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라 2번 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2위와 10경기 차 압도적 1위로 4년 연속 KS 진출이 유력하다. LG는 2014년 한때 최하위로 처졌다가 김기태 감독(현 KIA)이 사퇴한 뒤 반전을 일으켜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2015년 9위, 2016년 4위, 지난해 6위로 성적이 들쭉날쭉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2018년의 절대 우위와 열세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두산이 올해만큼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2016년 LG와 승부가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두산은 LG에 9승7패, 근소하게 앞섰다. 이후 2년 동안 어떤 차이가 발생한 걸까.

    '절정의 기량' 두산 선수들은 올해 공수의 핵 양의지(사진)를 비롯해 김재환, 오재원, 김재호, 허경민, 박건우 등 주전들이 더욱 성장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사진=두산)

     

    2016년과 비교해 두산이 한층 더 강해진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두산은 실력과 함께 적잖은 행운도 따랐다. 검증되지 않았던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당시 두산은 팀의 중심 타자인 김현수(현 LG)가 2015시즌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타선 약화가 우려됐다. 그러나 김재환, 박건우가 차고 넘치게 김현수의 공백을 메웠다. 김재환은 37홈런 124타점을, 박건우는 20홈런 83타점을 올려줬다. 여기에 마이클 보우덴이 18승(2위)에 탈삼진왕을 이루며 더스틴 니퍼트(kt), 장원준, 유희관과 함께 판타스틱4 최강 마운드를 일궜다.

    그런 두산은 지난해 한번 좌절을 맛봤다. 2016년 우승 전력이 고스란히 남았지만 KIA의 상승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에이스 니퍼트와 보우덴이 살짝 부진했던 것도 원인이었다. '국대 베어스'라는 말에서 보듯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차출 후유증도 있었다는 선수들의 자체 분석도 있었다.

    지난해의 실패는 올해 더 두산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2016년이 예상 밖의 호재로 다소 들떴다면 올해는 차분하게 강해졌다. 일례로 4번 타자 김재환은 올해 결승타 1위에 타점 1위로 리그 최고의 해결사로 거듭났다. 포수 양의지는 공수에서 물이 오를 대로 올랐고, 내야수 오재원과 최주환은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2년 동안 팀이 더욱 성장한 것이다.

    ▲더 무서운 백업의 차이

    두산의 성장은 비단 주전들만이 아니었다. '화수분 야구'로 대변되는 두산은 백업들의 성장이 더 무서웠다. 다른 팀으로 가면 충분히 주전 역할을 할 만한 벤치 자원들이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전력이 극대화됐다.

    2일 경기에서 이 부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두산은 이날 주전들이 적잖게 경기 전 혹은 중간 빠졌다. 공수의 핵 양의지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3루수 허경민도 몸이 좋지 않아 선발에서 제외됐다. 5번 중견수 박건우는 옆구리 통증, 6번 1루수 오재일은 발목 타박상으로 5회 전에 교체됐다.

    그럼에도 두산은 난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만능 백업 내야수 류지혁이 3루수 겸 1번 톱타자로 나서 5번 모두 출루하며 맹활약했고, 포수 박세혁은 흔들리던 선발 이영하를 잘 다독여 5이닝 3실점을 합작했다. 박건우 대신 들어간 조수행은 상대 장타를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안타를 뽑아냈고, 오재일을 대신한 양종민도 2루타와 득점을 기록했다.

    이런 백업들이 있기에 두산 주전들은 마음놓고 쉬면서 체력과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일 경기 전 "요즘은 너무 더워서 선수들의 표정으로 누가 지쳐 있는지를 보고 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의지가 일주일에 5경기를 선발로 나가기가 어렵다"면서 "그러면 박세혁이 나가면 되고 또 잘해준다"고 덧붙였다. 선수층의 자신감이다.

    반대로 백업들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또 쟁쟁한 주전들을 통해 배우고 자란다. 류지혁은 "형들이 하는 플레이를 배우면서 강한 백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하도 "양의지 형이나 박세혁 형이나 모두 상대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다"면서 "누가 나오든 든든하게 던질 수 있다"고 신뢰감을 보였다.

    '슈퍼 백업' 두산은 류지혁(사진)과 박세혁, 조수행 등 주전 못지 않은 두터운 벤치 멤버를 보유해 주전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사진=두산)

     

    상대적으로 LG는 선수층이 두산만큼 두텁지 못하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적잖다. 때문에 주전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리빌딩 과정인 까닭에 풀타임 경험이 적은 주전들이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지치는 기색이다. 그러나 이들을 뺄 수 없는 게 현재 LG의 상황인 것이다. 힘이 빠진 LG는 후반기 5승 10패로 10개 구단 중 최저 승률이다.

    더군다나 LG는 외인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허벅지 부상으로 2일 또 1군에서 빠졌다. 그나마 컨디션 조절을 위한 로테이션이 될 만하니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LG는 가르시아 없이 두산과 대결을 펼친 것이다.

    앞서 언급한 LG의 어려운 현실은 2일 경기에서 드러났다. 이날 LG는 주전 중견수 이형종과 좌익수 이천웅의 위치를 바꿨다. 류중일 감독은 "이형종이 아무래도 지쳐서 수비가 무뎌졌다는 코치진의 의견을 따랐다"면서 "이천웅의 발이 그래도 좀 빠르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교체는 불안감을 키웠다. 이천웅은 2회 정진호의 우중간 타구를 우익수 채은성과 호흡이 맞지 않아 2루타를 내줬다. 이후 LG는 류지혁의 인정 2루타로 실점했다. 3회도 이천웅은 김재호의 바가지 안타 때 3루로 뛰는 1루 주자 오재일을 잡으려다 공을 흘렸다. 오재일은 정진호의 땅볼 때 홈을 밟았다. 5 대 6 패배를 감안하면 뼈아픈 실점들이었다. 이천웅은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지만 수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가르시아를 대신한 선수들도 제몫을 하지 못했다. 양석환이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치며 교체됐다. 양석환은 시즌 초반인 5월까지 2할 후반대 타율과 10홈런 36타점을 올렸지만 중반으로 넘어간 6, 7월인 2할5푼대 타율, 7홈런 28타점으로 다소 주춤했다.

    ▲여유와 조바심

    이런 전력의 차이만으로 올해 절대 우위와 열세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두산에 운이 따르거나 LG에 불운이 겹치는 모습도 있었을 터. 11번 승부에서 3점 차 이내 승부도 6번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두산이 계속 이기면서 심리적인 우열이 생겼을 공산이 크다.

    두산은 여유가 있다.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크지만 LG에는 심리적 우위가 있다. 김태형 감독은 2일 경기 전 "LG에 너무 강한데 한번 질 때가 된 것 아니냐"는 말에 "야구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2일 승리 뒤 류지혁은 "LG에 특별한 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혹시 LG에 전승을 하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말에도 류지혁은 "그렇게까지 될까 싶지만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심스럽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반면 LG는 조바심이 난다. '잠실 라이벌'이라는 구도가 무너질 만큼 패배가 계속되면서 조급함이 생긴다. 역대 두 팀의 대결에서 LG가 가장 밀렸을 때는 1999년과 2005년, 2008년의 5승13패였다. 올해만큼 벌어진 때가 없었다.

    '상반된 팬들' 두산 팬 이영동 씨(왼쪽부터)와 LG 팬 강성화, 김지헌 씨가 2일 두 팀의 시즌 11번째 맞대결을 심각한 표정으로 관전하고 있다.(잠실=노컷뉴스)

     

    류중일 감독은 2일 경기 전 "LG가 두산을 이길 때까지 유광점퍼를 입고 응원하겠다는 팬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 무더위에 정말 미안해 죽겠더라"며 송구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오늘은 어떻게든 이겨야 할 텐데"라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런 부담감이 경기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이천웅의 실책이 대표적이다. 반면 두산은 조급해지는 LG의 빈틈을 여유있게 공략한다. 11번의 대결에서 LG는 11개의 실책을 저지른 반면 두산은 단 1개도 없었다.

    물론 디테일의 차이도 있다. LG는 앞서 언급한 대로 풀타임 경험이 적은 주전들이 있다. 1일 경기에서 잇딴 수비 미스를 범한 2루수 정주현이 대표적이다. 류 감독도 "한 시즌을 제대로 치른 적이 없는 만큼 잠실구장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제 다음 잠실 맞대결까지는 한 달 이상이 남았다. 여기에는 3주 동안의 아시안게임 휴식기도 있다. 과연 LG가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금 '잠실 라이벌'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팀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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