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 (자료사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서 꼭 목에 걸어드리고 싶어요"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 체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387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여서정(16·경기체고)은 차분하게 우승의 감격을 전하고 있었다.
여서정의 부친이자 한국 체조의 레전드 여홍철은 TV 중계 해설위원으로 딸의 경기를 지켜봤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아버지가 방송 도중 눈물을 흘린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여서정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여서정은 울먹이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으니까 올림픽에서도 따서 꼭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홍철은 한국 체조의 레전드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1998년 방콕 대회 등 두 차례 아시안게임 남자 도마 금메달을 땄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는 등 현역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여서정이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부녀가 나란히 아시안게임 도마 종목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썼다. 그야말로 '부전여전'이다.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가 건넨 조언이 딸에게 큰 힘이 됐다. 여서정은 "메달과 상관없이 내 연기를 다 보여주고 긴장되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최선을 다해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내려오라고 얘기해주셨다"고 말했다.
여자 도마 경기에 앞서 진행된 남자 마루운동 결선에서는 김한솔(23·서울시청)이 14.675점으로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은 김한솔의 우승 장면을 보고 더 힘을 냈다. "한솔이 오빠가 먼저 금메달을 따서 자신감이 생겼다. 오빠가 경기 전에 응원도 많이 해줬다. 파이팅 하라고(웃음). 관중석에서 소리도 많이 질러주셨다. 그래서 더 힘냈다"고 말했다.
한국 기계체조는 하루에 2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최고의 하루를 장식했다. 4년 전 인천 대회 '노 골드'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렸다.
여서정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무려 32년만에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 종목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