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앵란이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남편 신성일의 빈소에서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려자이자 영화 동지로서 신성일을 떠나보내는 배우 엄앵란이 고인의 부재로 슬픔에 휩싸인 이들에게 버팀목이 될 만한 뜻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엄앵란은 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고인의 입관석에 함께했다.
이날 입관식을 마친 엄앵란은 취재진에게 "인생은 연기"라며 "연기로 와서 연기로 떠다녔으니, (고인은) 나와도 다시 연기로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둘이서 좋은 데 다 보고 말하고 그럴 것"이라며 "사람은 숨이 끊어지면 목석과도 같다. 잘났다고 하지만 눈 감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엄앵란은 "여기(이승)서는 인연을 맺고 내 새끼, 내 식구 야단법석을 치더라도 저세상에서는 자기 식구 찾는 법 없이 모두 똑같다"며 "우린 걱정이 너무 많다. 그것이 욕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만히 생각해보니 욕심의 노예로 사는 것 같다"며 "오늘부터 욕심 없이 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엄앵란은 빈소에서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걸 볼 때 정말 가슴 아팠다.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신성일에게) '나한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했다"며 "그걸 들으면서 그 남자는 역시 사회적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경했고 55년을 살았다"고 말했다.
신성일은 지난 4일 새벽 2시 30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