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갈무리
"김경인 김순화 김평국 박내은 박동수 박순석 부원휴 양근방 양일화 오계춘 오영종 오희춘 임창의 정기성 조병태 한신화 현우룡 현창용."
지난 17일 밤 생방송된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서 진행자 김제동은 위 18명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른 뒤 "할망 무죄, 할아방 무죄. 모두 무죄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날 김제동은 이름을 부르기에 앞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오늘 제주4·3 재심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생존 수형인 18분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4·3 당시 이분들이 받았던 (군사)재판이 절차상 큰 문제가 있는 재판이었기 때문에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무효라고, 사실상 무죄를 선언했습니다. 사법부가 4·3에 대한 군사재판이 불법이었음을 최초로 인정한 겁니다."
이날 재판부는 70년 전 4·3 군사재판이 기본적인 예심조사나 피고인을 위한 변호조차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사실상 무죄인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김제동은 "70년 세월 동안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봐 가족에게도 자식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살아 오셨다는 할망, 할아방 18분 함자를 읽어드리고 지금부터 사법부와 함께 무죄를 선언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수형 피해자들을 호명한 것이다.
앞서 이날 판결 직후 기자들 앞에 선 수형 피해자 박동수(87)씨는 "더 이상 (기쁨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인생을 찾았습니다. 제2의 인생입니다"라며 "오늘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죽을 때까지"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4·3 당시 내란죄 명목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평국(90)씨는 이날 방송에서 '김제동을 아시냐'는 물음에 "몰라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되겠습니다"라며 "빨리 (이런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제동은 이날 방송에서 18명 수행 피해자 이름을 호명하고 그들의 무죄를 강조한 뒤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려는 듯 "다만 김평국 할머니만 제 이름 모르신 것 유죄… 하려고 하다가 무죄입니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끝내 "지난 70년 세월…"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감정을 추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지금 드리는 이 무죄라는 말씀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