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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 평균 52.2득점' 제임스 하든, 존재 자체가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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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경기 평균 52.2득점' 제임스 하든, 존재 자체가 전술이다

    제임스 하든 (사진 제공=NBA)

     


    3점슛 라인 밖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드리블을 하면서 한걸음 앞으로 전진해 2점슛을 던진다. 과거에는 슛 성공 확률을 높이는 플레이라고 평가했다. 림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요즘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이같은 장면을 보기 힘들다. 3점슛 라인 안으로 들어와 슛을 던지는 대신 곧바로 3점슛을 던지는 플레이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림과 16피트(약 4.8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부터 3점슛 라인까지의 공간에서 던지는 슛을 흔히 중거리슛이라고 한다. '롱 2(long 2-pointer)'라고도 부른다. 최근 5년간 데이터를 보면 '롱 2'의 성공 확률은 약 40% 정도다. 약 35%의 평균 3점슛 성공률보다는 높다.

    기대 득점을 따져보면 '롱 2'를 던지는 것보다 왜 3점슛을 시도하는 것이 더 나은지 알 수 있다. 슛 10개를 던진다고 가정할 때 '롱 2'의 기대 득점은 8점 정도다. 반면, 3점슛으로는 10.5점을 기대할 수 있다. 통계상 3점슛을 쏘는 게 더 낫다.

    이는 NBA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10년 전, 리그 전체 야투 시도 중 3점슛 시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22.4%, 중거리슛의 비율은 22.7%였다. 올시즌 3점슛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35.2%로 치솟았고 중거리슛의 비율은 역대 최저치인 9.7%로 줄었다.

    트렌드 변화를 이끈 선구자 중 한명은 바로 휴스턴 로켓츠의 데릴 모리 단장이다.

    통계 전문가인 그는 농구 경기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덩크와 레이업 등 확률높은 슛이 가능한 페인트존 안에서 슛을 쏘거나 3점슛을 최대한 많이 던지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모리 단장은 페인트존 바깥부터 3점슛 라인까지의 지역에서 슛을 던지는 것은 효율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3점슛은 양쪽 코너에서 시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림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2007년 부임한 모리 단장은 이같은 철학을 서서히 선수단에 흡수시켰다. 가장 중요했던 행보는 2012년 오클라호마시티의 특급 식스맨이었던 제임스 하든을 영입한 결정이었다.

    2016년에는 피닉스 선즈의 사령탑 시절 스페이싱 농구의 진화를 이끌었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을 데려와 팀 컬러를 완성시켰다. 휴스턴의 슛 차트를 보면 둘 중 하나다. 골밑에서 슛을 쏘거나 혹은 3점슛을 던지거나.

    모리 단장은 휴스턴의 공격을 단순화시켰다. 하지만 이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만 있다면 어느 팀보다 효율적인 득점 생산이 가능했다. 모리 단장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선수가 바로 제임스 하든이다.

    제임스 하든이 코트 정면에서 1대1 공격을 시도할 때 나머지 4명은 3점슛 라인 바깥에 넓게 포진해 하든에게 도움수비가 쉽게 가지 못하도록 한다. 최정상급 슈팅가드 하든은 수비수 1명 정도는 쉽게 제칠 수 있다. 돌파 후에는 둘 중 하나다. 골밑에서 덩크 혹은 레이업을 하거나 도움수비가 오는 방향의 비어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거나.

    빅맨과 함께 2대2 공격을 펼치는 것도 주요 옵션이다. 간단하다. 하든이 스크린을 타고 나와 곧바로 슛을 던지거나 돌파한다. 하든은 영리하기 때문에 수비수의 움직임을 보고 빠르게 판단한다. 상대 수비가 하든에게 집중하면 빅맨에게 공간이 열린다. 스크린 이후 안으로 뛰어가는 카펠라에게 집중하면 하든이 직접 림을 노린다.

    이같은 농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득점력과 패스 능력을 두루 갖추고 상대 수비진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강력한 폭발력까지 겸비한 확실한 에이스가 있어야 한다. 제임스 하든이 바로 그런 선수다.

    제임스 하든은 지난 24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1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휴스턴의 114대110 승리를 이끌었다.

    휴스턴의 공격 옵션은 단 한가지, 바로 하든의 1대1 공격이었다. 단순하지만 위력적이었다. 휴스턴의 공격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는 하든의 '무쌍'은 그 자체로 강력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휴스턴의 올스타 가드 크리스 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작년 12월23일 경기부터 결장 중이다. 하든의 2대2 공격 파트너 클린트 카펠라는 손가락 부상으로 최근 5경기에 뛰지 못했고 앞으로 최소 한달동안 코트를 밟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하든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여전히 코트를 지배하고 있다. 현란한 스텝백 기술과 유로 스텝 그리고 자유투를 얻어내는 노련미까지 더해진 하든은 그야말로 수비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하든의 최근 5경기 평균 기록은 52.2점, 9.6리바운드, 4.2어시스트, 2.6스틸.
    -이 기간 평균 17.2개의 3점슛을 시도해 6.0개를 넣었다. (성공률은 34.9%)
    -이 기간 하든이 동료의 어시스트를 받아 성공한 야투는 1개도 없다.
    -하든은 최근 21경기 연속 최소 30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평균 기록은 43.1점, 8.4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7.5% (경기당 5.9개 성공)
    -이 기간 트리플더블 달성 횟수는 5번. 50점 이상 기록한 경기는 네 차례.
    -휴스턴은 이 기간 15승6패를 기록했다.

    제임스 하든을 막으면 휴스턴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상대팀은 다 알고 있다. 그게 쉽지 않다.

    LA 레이커스는 지난 20일 경기에서 켄타비우스 칼드웰-포프에게 코트 전면에서 하든과 밀착하도록 시켰다. 하든이 좋아하는 왼쪽 돌파를 견제하기 위해 아예 하든의 왼쪽 어깨 앞에 몸을 붙였다. 하든은 그날 48점을 올렸다.

    이같은 '그림자 수비'는 뉴욕전에서도 나왔다. 하든이 공 없이 하프라인 근처에 서 있어도 뉴욕 수비수 1명은 하든 곁을 떠나지 않았다. 휴스턴 선수들은 어떻게든 하든에게 공을 연결했고 그 결과는 61득점이었다.

    하든은 올시즌 평균 36.3점, 8.3어시스트, 6.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인 리그 득점 선두다.

    NBA에서 평균 35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득점왕에 등극한 마지막 선수는 2005-2006시즌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35.4점)다. 브라이언트는 1986-1987시즌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37.1점) 이후 처음으로 시즌 평균 35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였다.

    제임스 하든의 폭발이 시작되면서 한때 서부컨퍼런스 전체 15개 팀 중 14위였던 휴스턴은 컨퍼런스 5위(27승20패)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주축 동료들의 부상으로 하든의 어깨가 나날이 무거워지고 있지만 그는 역사적인 득점 행진으로 응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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