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공동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불러들여 '5·18 북한군 개입설' 주장을 되풀이토록 하고 동조한 데 국민적 비판이 일고 있다. "세대 교체에 실패한 늙은 정당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역사가 심용환은 10일 CBS노컷뉴스에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벌인 행태는 시대에 너무도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진태·이종명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 공동 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씨는 "5·18은 북한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이었다" "작전 목적은 전라도를 북한 부속지역으로 전환해 통일 교두보로 이용하려는 것" 등 발언을 쏟아냈다.
지씨는 이같은 발언으로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씨가 또다시 허위 사실을 퍼뜨리도록 국회에 자리를 마련해준 셈이 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1980년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김순례 의원은 "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혐오 발언을 보탰다.
심용환은 "우리는 현재 5·18을 민주항쟁으로 규정하는데, 냉정히 따지자면 5·18에 대한 재해석도 필요하다"며 말을 이었다.
"민주항쟁으로만 부르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죽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대규모 학살·인권유린 측면에서도 5·18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권 관점으로 봤을 때 5·18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국가폭력이자 인권유린 사건 중 하나다. 민주항쟁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다각도로 접근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 "한국당, 생존 바란다면 이미 바뀐 역사인식·축적된 역사연구 역량 등 인정해야"심용환은 "이러한 미래지향적 일을 해야 할 시점에 자유한국당은 전형적인 혐오 정치를 택함으로써 절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퇴행적 주장을 들고 나왔다"며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본인들 스스로 혐오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이런 혐오정치가 효과를 냈다.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함으로써 표를 얻는 정치적 이득이 있었던 것이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자유한국당이 이런 식으로 퇴행적이고 혐오적인 정치를 이어간다면 자기파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생존하고 싶다면 이미 바뀐 역사인식, 이미 축적된 역사연구 역량 등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보수를 꿈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이 보이는 잇단 퇴행적 행보를 두고 심용환은 "새로운 대안 세력 없이 관행대로 흘러가는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탄핵과 이명박 구속 이후 자유한국당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유일한 길은 '홍준표 방식'이다. 이것이 언론의 무비판적인 베껴쓰기 문화와 결합하면서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지금 자유한국당은 이 관행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자기들 뿌리가 신한국당에 있다고 하지만, 그 뿌리를 조금만 더 캐보면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공화당과 민정당 계열"이라며 "자유한국당은 과거 냉전시대를 바라보는 군사정권 논리를 그대로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 어찌 됐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지지층을 넓혀 온 물갈이, 세대교체적 성격을 띠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철저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역시 '박정희 시대 산업화' '박정희 딸'이라는 과거 회귀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심용환은 "지금 자유한국당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 탈당했던 사람들마저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이번 5·18공청회 논란 역시 세대 교체를 이루지 못한 늙은 정당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