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웨이드와 더크 노비츠키 (사진 왼쪽부터) [사진 제공=NBA]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홈경기 종료 9.4초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이때 클리퍼스는 댈러스에 121대112로 앞서 있었다.
댈러스의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 일반적으로 승리가 확정된 팀은 웬만하면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다. 상대팀을 배려하는 일종의 코트 불문율이다. 리버스 감독이 대체 왜 작전타임을 요청했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리버스 감독은 벤치 옆에 있는 코트 본부석으로 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더크 노비츠키!"를 외치며 반대쪽 코트에 서있는 댈러스의 베테랑 더크 노비츠키(41)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제서야 팬들도, 선수들도 리버스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한 이유를 알게 됐다.
당일 경기는 NBA에서 21시즌동안 활약한 독일 출신의 레전드 더크 노비츠키의 통산 1500번째 경기였다. 또 그가 LA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리버스 감독은 작전타임으로 경기를 멈추고 노비츠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리버스 감독의 의중을 파악한 팬들은 노비츠키를 향해 기립박수를 건넸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노비츠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노비츠키는 리버스 감독과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리버스 감독은 "노비츠키는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라는 말과 함께 마이크를 내려놨고 박수 대열에 동참했다.
노비츠키는 경기 후 ESPN 등 현지 언론을 통해 "처음에는 리버스 감독이 왜 작전타임을 불렀는지 몰랐다. 정말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상대팀 댈러스의 릭 칼라일 감독도 전혀 기분나빠 하지 않았다. "내가 본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이런 멋진 장면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앞으로 비슷한 장면이 자주 연출될 것 같다. 리버스 감독의 행동이 그 원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BA 통산 득점 7위(3만1,340점)로 NBA에서 가장 성공한 유럽 출신 선수로 손꼽히는 노비츠키는 아직 공식적으로 시즌 후 은퇴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노비츠키의 '은퇴 투어'는 이미 시작됐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지난 18일 NBA 올스타전 때 노비츠키를 특별한 올스타로 선발해 마지막으로 올스타전 무대에 설 기회를 줬다. 노비츠키는 특유의 높은 포물선을 앞세운 3점슛을 여러 차례 성공해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노비츠키는 여전히 남은 정규리그 기간에 몸 상태를 보고 은퇴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리버스 감독이 '은퇴 투어'의 정점을 찍었다.
리버스 감독이 노비츠키를 위한 이벤트를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은퇴를 앞둔 드웨인 웨이드(37·마이애미 히트)가 마지막으로 클리퍼스 원정경기를 치렀을 때 헌정의 시간을 마련해주지 못한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마이크를 잡게 됐다고 밝혔다.
2003년 데뷔해 줄곧 마이애미에서 뛰면서 팀을 두 차례 우승으로 이끈 레전드 웨이드는 노비츠키와 달리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은퇴를 앞둔 선수 치고는 여전히 기량이 탁월하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지난 12일 마이애미 히트와의 홈경기를 마치고 웨이드를 만나 "아직 몇년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은퇴할 계획인가?"라고 물었다.
그리고 스테판 커리는 웨이드의 건재한 기량을 또 한번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웨이드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메리칸에어라인스아레나에서 끝난 골든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종료 버저와 동시에 짜릿한 역전 3점슛을 터뜨려 마이매이의 126대125 승리를 이끌었다.
웨이드가 종료 1.4초를 남기고 역전 3점슛을 시도할 때 워리어스의 빅맨 조던 벨의 블록슛에 막혔다. 하지만 웨이드는 곧바로 공을 다시 잡아 한발을 들고 빠르게 다시 슛을 던졌다. 공은 종료 직전에 웨이드의 손을 떠났고 승부를 뒤집는 버저비터 3점슛이 됐다.
웨이드는 이날 결승 득점을 포함해 25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 클레이 탐슨(36점)과 케빈 듀란트(29점) 그리고 커리(24점) 등 올스타 3인방을 앞세운 워리어스를 무너뜨렸다.
웨이드 역시 노비츠키와 마찬가지로 실버 총재의 배려에 힘입어 마지막으로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다. 마이애미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르브론 제임스와 수차례 연출했던 화려한 앨리웁 플레이를 재현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웨이드는 경기 후 LA 레이커스의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가 과거 마이애미를 상대로 백보드를 맞고 들어가는 결승 버저비터 3점슛을 터뜨린 장면을 언급하며 "그 장면을 보면서 '이런 게 가능해?'라고 생각했다. 맘바(코비의 별명)의 정신을 내게 보여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트위터를 통해 "My man"이라고 적으며 웨이드를 찬양했다.
웨이드는 올시즌 식스맨으로 뛰면서 평균 14.3점, 4.3어시스트, 3.8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은퇴를 결심했지만 여전히 그가 지배하는 경기수는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