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을 보호하고 있는 강원 춘천시 노숙인 보호시설 내 냉동고에서 발견된 사슴 녹용.
강원 춘천시에서 위탁받아 노숙인 보호시설(이하 A시설)을 운영중인 종교재단이 수년간 노숙인들을 사슴 불법 도축에 동원해 인권을 유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강원도내 모 장애인단체 등은 춘천의 A 노숙인 보호시설이 사슴농장을 운영하면서 장애인과 노인 등 보호 노숙인들을 동원해 불법 도축을 한 뒤 중탕과 녹용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설은 32년째 모 종교 재단이 운영중에 있으며 시설 보호 노숙인들은 대부분 6, 70대 장애를 가진 노인들로 그 중에는 지적장애가 심한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 시설은 노숙인들의 재활프로그램 명목으로 10여 년 전부터 사슴농장을 운영해왔는데 이는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곳에서 노숙인들은 사슴 40여 마리의 먹이주기, 농장청소는 물론 사슴 중탕과 녹용중탕을 팔기위해 불법 도축과 진공포장, 배달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밝혔다.
A 시설은 최근 5년 동안에는 60포 기준 30만원 상당의 녹용과 25만원 상당 중탕 등 모두 2500만원 어치를 후원 회원과 종교단체 등에게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나 최근 춘천시로부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춘천시의 조사 과정에서 도축과 포장, 배달에 누가 노동력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조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단체 등에서는 해당 시설이 판매 이익을 남기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보호받아야 되는 노숙인에게 불법 도축을 시켰다면 인권유린에 해당된다며 불법 도축에 노숙인들이 동원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즉각적인 경찰 고발과 위탁운영 계약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당사자 조사가 끝나면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장애인과 노인 등 노숙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종교단체의 책임을 묻고 춘천시에도 노숙인들의 보호를 위한 제도 장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노숙인 담당과에서 A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는 마무리 했지만 A시설에서 도축을 담당했던 사회복지사가 갑자기 며칠 전 퇴사하는 바람에 정확히 듣지 못했고 조사 과정에서 노숙인들의 도축 동원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종교 단체 관계자는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현재 실태를 알아보고 있는 중으로 도축과 녹용 작업을 담당하는 관리팀원 4명 가운데 3명은 노숙인이고 1명이 사회복지사인데 사회복지사가 퇴사를 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