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구의원이 자신의 회사를 처남댁에 물려준 후 구청사업을 무더기로 따내 전형적인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업체와 구의원 사무실의 주소지가 똑같고 구의원의 부인도 업체 이사로 올라와 있다. 이에 구의원이 가족을 앞세워 자기 잇속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가구·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D업체는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영등포구청에서 발주한 사업 43건을 수주했다.
칸막이벽 하나만 사이에 둔 채 같은 건물, 같은 주소를 쓰고 있는 D업체와 김모 구의원 사무실. (사진=윤준호 기자)
사업 내용은 주민센터나 자치회관 개보수 공사부터 책상·의자 등 구청 사무집기류 납품까지 다양하다.
모두 사업비 2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수의계약이지만, 이렇게 해서 D업체가 3년간 구청으로부터 받은 총 계약금은 3억5000만원에 달한다.
금액을 2000만원 이하로 잡은 건 경쟁없이 쉽게 계약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계약법상 금액이 2000만원에 못 미치는 사업의 경우 경쟁입찰에 부치지 않아도 된다.
법인등기부등본상 D업체 대표는 이모씨(46·여)로 등록돼있다. 이씨는 영등포구의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모 의원(재선)의 처남댁이다. 애초 D업체는 김 의원이 운영했지만 2014년 구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처남댁이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김 의원 본인이 운영하는 업체가 아니"라며 "구청사업은 예전부터 해오던 건데 가족이 구의원에 당선됐다고 더이상 못하냐"고 말했다.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D업체와 김 의원의 사무실은 현재 칸막이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D업체 내부에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김 의원의 선거벽보도 붙어있다.
D업체는 2015년 9월 사회적 사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협동조합으로 법인을 변경했지만 조합원은 이사장인 처남댁을 비롯해 대부분 가족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김 의원의 부인도 이사로 등재했다. D업체와 김 의원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다.
특히 D업체가 수주한 계약 가운데 4분의1 정도는 모두 김 의원의 지역구에서 구청이 진행한 사업이다.
D업체 내부에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사용하던 김 의원의 선거벽보가 붙어있다. (사진=윤준호 기자)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수의계약을 맺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친인척 관계에 있는 업체에 사업을 여러 차례 줬다는 자체가 일종의 특혜"라며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재산상 이해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지켜야 하고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D업체에서 손을 뗀 뒤로는 사업에 관여하거나 업체로부터 따로 수익을 받은 건 전혀 없다"면서도 "오해의 소지를 만들어 죄송하다. 빠른 시일 내 사무실을 옮기고 부인도 이사에서 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