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저처럼 나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도 용기를 내는데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배우) 그분들은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제가 알고 있는, 연예계에서 소위 배우라 일컫는 직업을 가지고 현직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입을 열어주시면 (좋겠다). 간절하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다. 특히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분이 죄의식 없이 버젓하게 배우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분을 볼 때마다 너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한국에서 잃을 게 없다. 그분은 당연히 잃을 게 많을 거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그분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다."(배우 윤지오)
2009년 3월 7일 이후로 10년이 지났지만 100여 차례가 넘는 성접대와 술접대 등 온갖 수모를 겪은 배우 장자연의 억울함은 아직 풀리지 못하고 있다. 당시 장자연씨를 옆에서 지켜봤던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배우 윤지오씨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배우 윤지오씨는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유튜브 방송 '댓꿀쇼'에 출연해 고(故) 장자연씨가 당한 피해를 밝히며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 진실을 밝혀줄 것을 호소했다. 3월 7일은 장씨가 스물아홉 나이로 스스로 세상을 떠난 10년 전 그 날이다.
윤지오씨는 고 장자연씨 동료이자 일명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본 목격자다. 또한 윤씨 역시 피해자다.
'장자연 리스트'는 장씨가 숨지기 전 언론사 기자와 간부, 방송국 PD, 기업인, 영화감독 등을 상대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다. 모두가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성상납 관련 혐의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장씨의 당시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이 성상납 혐의가 아닌 폭행·협박과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에 그쳤다.
신인배우였던 윤씨는 10년 전 장씨가 언론사 사주 등이 포함된 술자리에 참석할 때 한 번 동석한 적이 있다. 윤씨는 장씨가 자신보다 먼저 자리를 뜬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윤씨는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본 사람이기도 하다. 장씨가 남긴 문건은 모두 유가족에 의해 소각이 됐다. 7장의 문건 중 남은 4건은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윤씨가 본 문건 속에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언론인, 기업인뿐 아니라 정치인의 이름도 하나 존재했다. 윤씨는 검찰·경찰 조사과정에서 해당 정치인의 이름을 밝혔다.
윤지오씨는 "좀 특이한 이름이었다. 일반적인 이름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이니셜을 묻는 질문에 "그쪽에서 은닉을 했기 때문에 그쪽에서 먼저 공개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13차례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으며 윤씨는 자신이 아는 사실을 모두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문건에 등장하는 언론사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윤씨는 "일부러 뭔가 위압감을 주려는 것 마냥 회사 로고가 새겨진 차량으로 나를 쫓아온 적이 있다. 영화처럼 굉장히 위험한 장면까지 연출됐는데 '추격전'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라며 "차를 세우고 왜 따라 오냐고 했더니 취재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이후 기사를 내보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윤씨는 장씨에 대해 아는 모든 사실을 진술했다. 그러나 윤씨가 아는 사실도 빙산의 일각이다. 윤씨는 당시의 상황을 더 잘 알고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 배우이자, '장자연 리스트' 당시 수많은 언론에 의해 오르내리던 인물이다.
윤씨는 "(당시 상황을) 목격을 했을지 안 했을지는 정확히 저도 알지 못하지만, 언니가 믿고 의지하며 의논했던 사람이기에 저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꿀쇼' 방송 댓글 창에 공공연한 사실처럼 떠도는 배우들의 이름이 언급되자 윤씨는 "제가 댓글을 다 보고 있는데 언급이 된 분도 있고, 아예 모르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제가 아는 것만 해도 그 정도니 더 있을 수도 있다"며 "물론 어려운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무언가를 분명 할 수 있는 분들이고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침묵을 깨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