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임영희 (사진 제공=WKBL)
14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 1차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전반 내내 벤치에서 불만이 많아 보였다. 스코어보드에 그 이유가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전반까지 삼성생명에 40대48로 밀렸다.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전에 긴장을 안하는 느낌이라서 챔피언결정전을 많이 해봐서 여유가 있는건가? 좋게 생각했다. 하지만 긴장감이 없는 것이었다. 하프타임 때 상대는 저렇게 눈에 불을 켜고 하는데 우리는 정규리그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선수들을 혼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남다른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특히 큰 경기에 강한 김한별의 활약이 눈부셨다. 총 28득점을 올렸고 그 중 17점을 전반전에 몰아쳤다. 임영희는 "김한별은 우리가 외국인선수 수준이라고 얘기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삼성생명이 초반 치고 나갈 때 우리은행에는 버팀목이 있었다. 바로 임영희였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실수가 적고 특히 중거리 지역에서 득점 생산력이 뛰어난 임영희는 2쿼터까지 우리은행의 득점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영희는 1쿼터에 5득점, 2쿼터에 6득점 등 우리은행 선수들 가운데 전반전까지 가장 꾸준한 공헌도를 보인 선수였다. 위성우 감독은 "초반에 경기가 안 풀릴 때 임영희의 역할이 컸다. 그때 만약 20점차로 벌어졌으면 쫓아가기만 하다가 끝났을 경기"라고 말했다.
임영희의 초반 활약에는 자신감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다.
임영희는 "1쿼터에 내 공격이 잘 풀렸을 때 내가 몰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혜진이가 1쿼터에 안 좋았지만 분명 후반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좋을 때 몰아서 하자, 후반에는 분명 내 체력이 떨어질 테니까(웃음) 그때는 혜진이와 (김)정은이가 힘을 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영희의 믿음은 현실로 나타났다. 박혜진은 이날 기록한 21점 중 19점을 후반에 몰아넣었다.
박혜진은 손가락 부상 때문에 정규리그 막판 2경기에 결장,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임영희의 믿음대로 후반에는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그때까지 선배가 버텨준 것이다.
김정은도 후반 고비 때마다 득점을 터뜨리며 총 15점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에 90대81 역전승을 거뒀다.
임영희는 17점 7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임영희는 포스트시즌 매경기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난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뒤로 하고 플레이오프 무대를 치르고 있지만 집중력은 어느 때보다 높다.
임영희는 "도장깨기 같이 한 경기가 끝난듯한 기분이다. 경기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경기 전에나 후에는, 뛸 수 있는 경기가 줄고 있기 때문에 코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