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 양홍석 (사진 제공=KBL)
부산 KT가 5년 만의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원주 DB가 14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63대84로 패하면서 KT는 남은 3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소 6위를 확보하게 됐다.
◇ 경우의 수
현재 26승25패로 5위에 올라있는 KT가 남은 3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면 26승28패를 기록한다.
현재 23승28패를 기록 중인 6위 KGC인삼공사가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 26승28패를 기록한다.
KGC인삼공사는 KT를 상대로 상대 전적 공방률에서 앞서있다. 성적이 같을 경우 KT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른다.
그런데 KGC인삼공사의 잔여 3경기 중 오리온과의 경기가 포함돼 있다. KT의 정규리그 최종전 상대도 오리온이다. 따라서 KGC인삼공사가 3승을 하고 KT가 3패를 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오리온이 1승1패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3개 구단이 나란히 26승28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때 세 팀간 상대전적으로 순위를 가린다.
위의 가정을 적용하면 오리온이 8승4패, KT가 6승6패, KGC인삼공사가 4승8패로 나란히 5-6-7위에 배치된다.
만약 오리온이 남은 2경기를 모두 잡을 경우 여기에는 KGC인삼공사의 패배가 포함된다. KGC인삼공사는 1패만 해도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KT는 DB의 14일 패배로 인해 어떤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최소 6위를 확보하게 됐다.
◇ 5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
KT가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른 것은 2014년 이후 무려 5년 만에 처음이다.
KT가 2014-2015시즌부터 두 시즌동안 조성민과 이재도 등이 분전했지만 부상과 기복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2년 연속 7위에 머물렀다.
KT는 2016년 비시즌이 팀 재건의 발판이 되기를 희망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를 잡고 크리스 다니엘스를 지명했다. 그해 10월에는 이종현(울산 현대모비스)과 최준용(서울 SK), 강상재(인천 전자랜드) 등 황금드래프트 3인방 중 한 명을 선발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부터 불운이 시작됐다. 드래프트의 행운은 KT를 외면했다. 다니엘스는 시즌 직전에 당한 부상 때문에 단 1경기도 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성적은 9위로 추락했다. 프렌차이즈 스타 조성민이 창원 LG로 트레이드되면서 팀 안팎의 분위기도 어수선 했다.
이전 시즌 팀 성적과 조성민을 트레이드하면서 얻은 지명권이 나란히 1,2순위가 되면서 허훈과 양홍석을 뽑은 KT는 2017-2018시즌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김현민이 개막전 7분 만에 아킬레스건을 다쳐 시즌아웃 됐다.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기복은 계속 됐다. KT는 10승44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부산 KT 서동철 감독 (사진 제공=KBL)
◇ 과감한 시도, 끊임없는 위기와 극복
서동철 감독이 부임한 KT는 2018-2019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정통 센터 대신 내외곽 득점력을 고루 갖춘 포워드 마커스 랜드리를 선택했다.
국내 빅맨의 골밑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온화한 리더십을 갖춘 서동철 신임 감독은 그들에게 구단의 결정을 이해해달라는 뜻을 전하면서 분발을 촉구했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당부했다.
높이 경쟁력은 다소 약해졌지만 대신 화력은 강해졌다. KT는 폭넓은 스페이싱을 기반으로 5명 모두가 외곽슛을 던지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골밑을 공략하는 농구를 구사했다.
랜드리는 올시즌 평균 21.6점, 8.1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5.2%를 기록하며 KT표 농구의 중심을 담당했다.
KT 구단 관계자들은 랜드리가 사는 미국 위스컨신주 밀워키를 직접 방문해 영입 의사를 전했다. 랜드리는 자신과의 계약을 위해 밀워키까지 찾아온 관계자들은 처음이라며 크게 감동했다고.
랜드리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지만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보다 나이가 많고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동료의 솔선수범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동료가 바로 데이빗 로건이다.
조엘 헤르난데즈의 대체선수로 입단한 단신 외국인선수 로건은 느리지만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는 다양한 기술과 화려한 스텝으로 시즌 초중반 KBL 무대를 장악했다. 17경기에서 평균 25분을 뛰어 17.5점, 3.8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0.9%를 올리며 KT 돌풍을 견인했다.
로건이 햄스트링 부상의 반복으로 인해 팀을 떠나면서 KT에게는 끊임없이 위기가 찾아왔다. 대체선수 스테판 무디는 1경기 만에 큰 부상을 당했고 쉐인 깁슨은 기량이 애매했다. 결국 '해운대 수류탄' 저스틴 덴트몬의 합류로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퍼즐을 찾았다.
1라운드를 6승3패로 마친 KT에게는 로건과 허훈 등의 부상이 겹친 2라운드가 고비였다. 이 고비를 잘 넘겼다. 9경기에서 6승을 챙겼다.
서동철 감독은 "부상선수가 많았던 2라운드에서 승수를 많이 쌓으면서 팀 전체가 자신감을 얻었다. 외국인선수 1명 없이 뛴 경기가 많았는데 좋은 경기를 하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떨어졌다면 아마 시즌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국내 선수들은 무럭무럭 성장해 팀 전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인 프로 2년차 양홍석(13.1득점, 6.8리바운드)은 간판급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발휘했고 김민욱(8.6득점, 3점슛 성공률 35.7%)과 함께 KT의 스페이싱 농구를 이끌었다.
지금까지 전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김영환(8.6득점)은 KT에 없어서는 안될 공수의 버팀목이었다. 빅맨 김현민(5.3득점, 4.3리바운드)과 이정제(3.3득점)는 상대적으로 약한 KT 골밑을 지키느라 고군분투 했다.
시즌 중반 좋은 활약을 펼치던 박지훈을 KGC인삼공사에 트레이드하면서 당장의 이득을 취하지 못해 팀이 잠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허훈(11.0득점, 4.2어시스트)을 중심으로 김윤태(5.0득점)와 슈터 조상열(4.7득점)의 공헌이 뒷받침되면서 또 한번의 고비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