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승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의 군입대가 오는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군대는 승리의 도피처가 아니"라며 병무청에 승리의 입영 연기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18일 성명을 내고 "승리가 입대할 경우 수사의 핵심인 승리에 대한 수사 관할권은 소속부대 헌병으로 이첩되며 수사는 헌병·군검찰에서, 재판은 군사법원에서 이뤄진다"며 "헌병과 경찰은 관할권이 다르기 때문에 헌병은 민간인을 수사할 수 없고, 경찰은 군인을 수사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군과 경찰이 협의를 통해 수사 공조를 검토 중이라고는 하나, 여러 사람이 연루된 상황에서 하나의 사건을 둘로 나누어 수사하게 될 경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재판도 승리 혼자 군사법원에서 받기 때문에 관련자들과의 일관된 판결도 장담하기 어렵다. 승리의 입대는 그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범죄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난망하게 만들 것이다."
앞서 수사 협조를 위해 입영 연기 뜻을 밝힌 승리에 대해 병무청은 15일 "본인(승리)이 정해진 일자에 입영이 곤란한 사유가 있어 입영일자 연기를 신청 할 경우에는 병역법 시행령 제129조 제1항에 따라 연기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참고로 수사중인 이유로 입영일자 연기를 신청해 허가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실제 센터로 접수된 인권침해 사건 중 피해자가 민간인인데 가해자는 군인이거나, 가해자가 갑자기 입대해버려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관할이 다른 민간에서 발생한 사건을 헌병이나 군검사가 제대로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센터는 "현역 군인이 민간인을 성폭행한 사건, 몰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수사도 종결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도피 입대한 사건 등의 경우는 2018년 한 해에만 5건이나 된다"며 "사건 접수 당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사건 진행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폐쇄적인 군의 특성상 사건 모니터링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평시에도 군사법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법원과 민간 수사기관이 설치돼 있고, 군부대가 일정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범죄도 아닌 일반 범죄를 군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군판사, 군검사, 헌병 수사관이 다룰 이유는 전혀 없다"며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검찰과 헌병 수사권도 폐지해 민간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게끔 한다면 '도피성 입대'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센터는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배우 손승원은 지난 14일 법정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 받자 '군입대로 반성하겠다'는 최후 진술을 한 바 있다. 징병은 징역이 아니"라며 "이처럼 입대를 반성이나 속죄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승리의 군생활 역시 국군교도소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군대는 범죄자의 도피처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평시 군사법체계의 조속한 민간 이양을 촉구하며 병무청에 승리의 입영 연기 허용을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