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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컷 리뷰] '어스' 미국판 '곡성'의 위엄

    공포물 예상 기대치 넘어서는 서사
    미국(US) 사회 향한 촌철살인 우화
    '흑인' '여성' 부각…주류문화에 한방
    공포 안에 희비극…'곡성' 연결고리

     

    중반까지는 예상대로 공포물이다. 끝까지 봤더니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다. 예상을 뛰어넘은 전개다. '겟아웃'(2017)으로 비주류 사회파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연 조던 필 감독 신작 '어스' 이야기다.

    'US'라는 영문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미국(United States) 사회에 관한 촌철살인 우화로도 읽힌다. 흑인 감독이 연출하고 흑인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는 데서 인종적 비주류·소수자 눈에 비친 미국 사회 '밑바닥'(상징적 의미로서 이 표현은 영화 속에서 실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은 훨씬 그로테스크하다.

    영화 '어스'는 미국이 옛 소련과 벌인 체제 경쟁, 이른바 '냉전'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이 전 세계를 휘감던 1986년 어느 흑인 중산층 가족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로 문을 연다.

    알다시피 당대 미국 사회는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재임기였다. 그가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1925~2013)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현 시대 극에 달한 양극화와 같은 모순을 싹띄운 시기다.

    이 영화가 그해 빈곤 퇴치를 위한 미국 시민들의 실제 인간띠 잇기 캠페인으로 시작해 현재를 살게 된 비주류들의 같은 시위로 끝맺는 데서는, 수십 년을 이어온 정치·경제·사회 부조리를 흥미로운 장르 문법으로 풀어내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후자의 인간띠 잇기는 말 그대로 '체제 전복'의 함의를 지닌다. 그렇게 영화 '어스'는 그간 주류 백인의 시각에서 '체제 수호'를 강화해 온 할리우드 문법을 보기 좋게 깨부순다.

    이 점에서 눈썰미 좋은 관객들은 다소 의아하게 다가올 법도 한 이 영화 엔딩신, 충격적인 주인공의 경험 등을 짜깁기하면서, 영화 '어스'가 건네는 사회 변화에 대한 '당위' '희망'과 같은 메시지를 짚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차적으로는 트럼프 시대를 사는 미국 시민들의 저항심을 직감할 수 있다. 계급·성·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혐오 정치에 기대어 영향력을 넓히려는 대통령 트럼프에 맞서는 길은 그러한 혐오를 거부하는 것이다. 영화 '어스' 안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양 극단의 사회를 산 흑인 여성 주인공의 서사는 이러한 저항 정신을 웅변한다.

    이는 전 세계를 휩쓰는 우경화, 그러니까 민족·계층·종교 등 '우리'로 규정지은 테두리 바깥에 있는 이들을 배격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파시즘에 대한 저항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극중 인류가 벌이는 또 다른 나와의 싸움, 그리고 그 싸움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요구에 답해야 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가 실체이고, 누가 그림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 부조리에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이 영화는 온 힘을 기울이는 듯하다.

    영화 '어스'의 이야기 구조는 개연성에 온전히 기대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리하다. 영상 미학이 지닌 시각·청각 효과를 십분 활용함으로써 공포·긴장과 같은 감정 안에 희비극 요소를 묘하게 버무려낸 까닭이다. 이 영화와 나홍진 감독 작품 '곡성'(2016)을 연결짓는 관객들 목소리도 나올 법하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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