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잇단 역사 왜곡 발언으로 물의를 빚는 자유한국당을 두고 역사학자들이 "5·18과 반민특위에 대한 망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29개 역사 학회·단체는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공식 행사에서 몇몇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고 5·18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매도하였다. 그뿐인가. 이번에는 해방 후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한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한 공적 발언이라는 점이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공공선에 봉사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략을 추구하기 위해 민주적 공동체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무엇인가. 전두환과 신군부의 5·17 쿠데타에 반대하여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킨 광주 시민의 일대 항쟁이었다"며 "2011년 5·18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유네스코는 5·18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환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였으며, 나아가 냉전 체제를 종식시키는 데 일조하였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누리는 자유, 평화, 민주주의, 어느 하나 광주 시민의 희생에 빚지지 않은 것이 없다. 5·18이 '폭동'이며 그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주장하는 자의 비루한 ‘표현의 자유’조차 5·18 광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라며 "5·18을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반민특위는 무엇인가. 제헌의회가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반민족행위를 조사·처벌하기 위해 만든 헌법 기구"라며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 부역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저버린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죄를 묻기 위한 기구였다"고 전했다.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좌초되고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무산된 것을 국민 대다수는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친일 부역자들이 오래도록 권력자로 군림하며 우리 사회를 민주적 공동체로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욕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는 자가 속한 나라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반민특위를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정치인들의 망언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민주적 공동체의 이름으로 이를 규탄한다"며 "5·18의 의의와 반민특위의 노력에 대한 부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며,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민주적 공동체의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학의 존립 근거를 허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도 우리 민족은 두려움 없이 독립과 민주주의를 외쳤다. 정치인들은 정략에 눈먼 망발을 거두고 역사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들이여, 100년 전 전국을 가득 메웠던 만세 소리가 두렵지 않은가!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세상을 밝힌 수백만 촛불이 두렵지 않은가!"
이들은 "우리 역사학자들은 온갖 고난을 헤쳐내고 희망의 역사를 열어온 우리 사회의 힘을 믿으며 정치인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며 "1.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지 말라. 1.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사과하라. 1. 국회는 망언을 내뱉은 정치인을 징계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