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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컷 리뷰] '덤보' 디즈니의 자아비판

    '이단아' 팀 버튼이 빚어낸 독특한 성장담
    80년 묵은 장수 캐릭터 실사영화로 거듭나
    "결코 길들여지지 않겠다"…해방 서사 눈길
    쇼비즈니스계 그늘 비판…디즈니에 부메랑

    영화 '덤보' 스틸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커다란 두 귀를 날개 삼아 하늘을 누비는 아기 코끼리 덤보는 우리네 어린 시절을 추억하도록 돕는 상징 가운데 하나다. 1941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래 80년 가까이 된 이 장수 캐릭터가 실사영화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망해가는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아기 코끼리 덤보는 애물단지였다. 손님을 끌어들일 귀여운 존재의 탄생을 기대했던 서커스단장 메디치(대니 드비토)는 귀만 크고 뒤뚱거리는 덤보에게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이 아기 코끼리는 일약 서커스단의 희망으로 떠오른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팔 하나를 잃은 채 돌아온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콜린 파렐)와 그의 아이들 밀리(니코 파커)·조(핀리 호빈스)에 의해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때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 사업가 반데비어(마이클 키튼)가 덤보를 돈벌이에 활용하기 위해 접근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최신식 놀이동산 '드림랜드'에서 뛰어난 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와 짝을 이뤄 덤보를 스타로 만들 야심에 들뜬다.

    이 와중에 덤보와 인간 친구들은 드림랜드를 둘러싼 쇼비즈니스계의 짙은 그늘을 목격하게 되고, 각자 지켜 온 신념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덤보와 함께 고된 해방의 여정을 시작한다.

    과거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거둔 바 있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이제 하나의 법칙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지난 2017년 선보인 '미녀와 야수' 실사판은 우리나라에서만 관객 513만여명을 모아 큰 성공을 거뒀다. 오는 5월 '알라딘'에 이어 올여름에는 '라이온킹' 실사영화도 개봉할 예정이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던 작품에 대한 향수를 지닌 채 자녀들과 함께 해당 실사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들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영화 '덤보' 스틸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덤보'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산업 안에서도 비주류 문법을 고수해 온 거장 팀 버튼 감독 손을 거치면서 독특한 성장담의 면모를 갖췄다. 그 성장담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통해 10년 뒤 불어닥칠 '대공황'의 조짐을 그림으로써 보다 뚜렷한 사회 비판 메시지를 전한다.

    공교롭게도 "결코 길들여지지 않겠다"로 요약할 수 있는 '덤보'의 보편 타당한 메시지는 현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월트 디즈니사를 위시한 관련 기업들의 고삐 풀린 무한 확장을 겨냥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는 팀 버튼이라는 '주류 안의 비주류' 감독을 연출자로 낙점한 순간 예고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자아비판 메시지마저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월트 디즈니사의 태도에 있다. 이는 월트디즈니 산하 마블스튜디오가 히어로무비를 통해 흑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극심한 양극화 등 사회 부조리에 시름하는 지금 시대에 이러한 사회 비판적 영화 콘텐츠는, 모순 가득한 세상에 체념하거나 분노하는 우리네에게 출구처럼 소비됨으로써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이들 영화 콘텐츠 속에 녹여낸 저항과 전복의 메시지는 이를 체득해 가는 관객들로 하여금 어떠한 사회적 실천을 낳도록 만들까.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정서에 기대어 분열을 조장하고, 이를 발판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시대착오적인 세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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